넷플릭스 화제작 '84제곱미터'와 국민평형의 비밀
요즘 넷플릭스에서 가장 뜨거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84제곱미터'인데요. 지난 18일 전 세계 동시 공개된 이 작품은 공개 하루 만에 넷플릭스 국내 TOP 10 영화 부문 1위에 오르며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영화 '84제곱미터' 포스터
영화 '84제곱미터'는 아파트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영끌족' 주인공(강하늘 역)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층간 소음'에 시달리며 벌어지는 예측불허 스릴러입니다.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에서 큰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층간 소음'이라는 시의성 높은 소재를 활용해 공감대를 형성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영화 제목에 사용된 '84제곱미터'라는 면적 또한 우연히 선택된 숫자가 아닙니다. 바로 한국에서 '국민평형'(국평)이라 불리는 아파트 전용면적이기 때문인데요.
84㎡가 어떻게, 왜 '국민평형'이 되었는지 그 배경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국민평형의 탄생 배경
'국민평형'이란 국민 대다수가 선호하는 평수를 일컫는 말입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사진=인사이트
전용면적 84㎡(약 25.4평)로 일반적으로(공급 면적 기준으로) 34평형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해당 면적이 '국민평형'으로 자리잡게 된 데에는 역사적 배경이 있습니다.
1973년, 수도권의 심각한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대규모 주택공급 계획을 시행했습니다. 당시 정책 입안자들은 1인당 적정 주거면적을 5평으로 설정했고, 4인 가족 기준으로 국민주택 규모를 25평(약 82.6㎡)으로 판단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정부는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국민주택 기준면적을 전용 85㎡ 이하로 정했고,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흔히 접하는 '84㎡' 또는 '85㎡' 아파트의 시초가 되었습니다.
제도적 혜택으로 더욱 공고해진 국민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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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면적 84㎡가 '국민평형'으로 확고히 자리잡은 데에는 여러 제도적 혜택이 뒷받침되었습니다.
현재도 각종 세금과 청약 방식을 나누는 기준이 전용 85㎡인데요. 85㎡ 이하 주택을 구매할 경우, 취득세 계산 시 0.2%에 해당하는 농어촌특별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청약가점제 비율도 전용 85㎡를 기준으로 달라집니다. 이러한 제도적 혜택들이 84㎡ 아파트의 인기를 더욱 높이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변화하는 가구 구성과 국민평형의 미래
최근 들어 1, 2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국민평형'도 달라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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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1인 가구 비율은 전체 가구의 35.5%에 달하며, 2인 가구(28.8%)까지 합치면 전체의 64.3%를 차지합니다. 3인 가구(19.0%), 4인 이상 가구(16.8%)와 비교할 때 '국민평형'의 기준이 달라져야 한다는 말이 타당해보이는 수치입니다.
또한 자산 규모가 적은 2030세대가 주택 시장에 진입하면서, 특히 집값이 높은 수도권에서는 중형보다 소형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있습니다.
이에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향후 '국민평형'이 전용 60㎡ 이하의 소형 아파트로 변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3~4인 가구에게는 84㎡가 적정 면적으로 여겨지고 있어, 당분간은 '국민평형'이라는 타이틀을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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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84제곱미터'의 인기는 우리 사회에서 이 면적이 갖는 특별한 의미를 다시 한번 되짚어보게 합니다.
시대가 변하고 가구 구성이 달라져도, 전용면적 84㎡는 여전히 많은 한국인들에게 '꿈의 집' 크기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앞으로 주택 시장 상황과 가구 구성의 변화에 따라 국민평형의 개념도 변화할 수 있겠지만, '84제곱미터'는 그로부터 파생되는 여러 한국사회의 현실과 단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상징적인 지표로서 오랫동안 자리매김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