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 '아들 경영' 시작한 한화... 3형제 성적표, 아빠가 봤더니
한화그룹 삼형제 가운데 장남 김동관 부회장이 이끄는 방산·우주 사업 부문이 지난 1년간 시가총액 기준으로 그룹 내 눈에 띄는 성과를 기록하며, 사실상 한화의 성장을 견인하는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차남 김동원 사장과 삼남 김동선 부사장이 이끄는 금융·유통 부문은 각자의 방식으로 사업을 키워가고 있는 가운데, 재계 안팎에서는 "승계 구도에서 김동관 부회장의 입지가 더욱 확고해졌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김동관, 방산·우주로 60조 만든 '승계 1순위'
한화그룹 김동관 부회장 / 뉴스1
지난 17일 한국거래소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날(16일) 기준 시가총액 40조3910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날(13조9212억원) 대비 무려 190.1% 상승했습니다. 같은 기간 한화오션도 148.5% 오른 23조9002억원으로 집계되며, 두 회사의 시총은 합계 60조원을 넘어섰습니다.
두 기업 모두 김동관 부회장이 총괄하는 방산·우주·항공 부문의 핵심 계열사입니다. 방산 수출 호황,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수주 확대, 우주발사체 기술 내재화 등 굵직한 사업 성과가 이어졌고, 해외 투자자들의 기대감 역시 주가에 반영된 결과입니다.
특히 한화에어로는 최근 글로벌 공급망 내 대체 불가능한 플레이어로 급부상하며, K-방산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고, 한화오션은 대형 잠수함 수주와 친환경 선박 전환 수요에 힘입어 실적 반등 기대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금융·유통은 '각자의 방식'으로 성장 중... 분명한 성과는 '미래에'
차남 김동원 사장이 이끄는 금융 계열사들은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사진=인사이트
한화생명은 전년 대비 28.6%, 한화손해보험은 46.4% 상승하며 꾸준한 회복세를 보였습니다. 방산·제조업 부문의 폭발적인 외형 성장과는 결이 다르지만, 금융 부문의 본질적 성격상 장기적 수익성과 안정성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흐름으로 평가됩니다.
김 사장은 인도네시아 리포손해보험, 미국 노부은행 등 해외 금융 자산 인수를 통해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으며, 디지털 전환과 보험·자산관리 혁신도 병행 중입니다. 복잡한 글로벌 금융 환경 속에서도 꾸준한 체력을 다지고 있는 셈입니다.
삼남 김동선 부사장이 맡고 있는 유통·외식 부문은 새로운 실험이 한창입니다.
한화갤러리아는 같은 기간 6.3% 상승했으며, 최근에는 아워홈 인수와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벤슨' 론칭 등 차별화된 브랜드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아직 본격적인 실적 반영에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소비자 접점과 브랜드 확장 측면에서는 주목할 만한 행보로 평가됩니다.
그룹 성장 이끄는 장남... '김동관 시대' 현실화?
사진제공=한화그룹
재계에서는 최근 1~2년 사이 확연히 나타난 사업 성격과 실적 흐름의 차이가 김승연 회장의 경영 승계 구도에 자연스럽게 반영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ESG 경영, K-방산 수출 전략, AI 기반 기술투자 등 그룹 핵심 과제를 김동관 부회장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화의 미래를 이끌 실질 리더로 자리 잡았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그룹 미래전략실장에 이어 에너지·우주·방산 3개 사업군을 통합 총괄하며 리더십을 확장했고, 글로벌 IR과 해외사업에도 전면에 나서며 존재감을 키워왔습니다. 그룹 관계자들도 "성과 중심의 리더십 구조가 내부적으로 정착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의 전통 제조업 이미지를 기술 중심 기업으로 바꿔놓고 있다"며 "삼성의 반도체, LG의 2차전지처럼 방산·우주 분야에서 한화가 ‘국가대표 종목’으로 자리 잡는다면, 그 리더십은 자연스럽게 확정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김승연 회장, 흡족할 수밖에 없는 성적표
실적과 전략, 리더십 모두에서 안정성과 역동성을 조화시킨 김동관 부회장의 최근 행보는 김승연 회장 입장에서도 충분히 흡족할 만한 결과로 비춰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화오션을 방문한 미국 해군성 장관에 무언가를 설명하는 김동관 부회장 / 뉴스1
단순한 수익 개선을 넘어, 한화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는 점에서 총수의 시선에서도 기대 이상의 '준비된 리더'로 읽힐 가능성이 큽니다.
이제 한화그룹의 미래를 두고 "누가 이끌 것인가"보다는, "어떻게 전환할 것인가"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