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7월 29일(화)

"두부 하나로 바꾼 인생"... 대한민국 대표 '바른먹거리' 풀무원, 미국 1위 노린다

철학에서 시작된 풀무원, 유기농 농장에서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1980년대 초, 서울 외곽의 한 유기농 농장에서 시작된 작은 움직임이 오늘날 글로벌 식품 기업으로 성장한 이야기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유기농 농업의 선구자 원경선 씨가 운영하던 '풀무원' 농장은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철학을 바탕으로 오늘날 미국 두부 시장을 석권한 기업의 요람이 되었습니다.


풀무원의 역사는 1981년 원경선 씨의 아들 원혜영이 무공해 농산물 직판장 '풀무원 무공해식품'을 시작하면서 본격화되었는데요. 당시 현대건설에 근무하던 남승우는 이 사업에 투자자로 참여하며 인연을 맺었습니다.


이후 1984년, 세 사람은 뜻을 모아 '풀무원식품'을 법인화했고, 원혜영과 남승우가 공동대표로 회사의 기틀을 다졌습니다.


원혜영이 정치계로 진출한 후, 풀무원의 경영은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한 남승우에게 맡겨졌습니다. 본래 목사가 되려 했던 그는 유기농의 가치를 세상과 나누고자 하는 열망으로 식품 사업가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철학적 배경은 풀무원의 경영 방식과 제품 개발에 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사진 제공 = 풀무원사진 제공 = 풀무원


방부제 없는 두부에서 글로벌 식품 기업으로


남승우는 1984년 풀무원의 공동대표로 경영에 본격 참여하면서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개념들을 도입했습니다.


'깨끗한 식품', '방부제 없는 두부', '냉장 유통'이라는 개념은 위생 관념이 부족했던 당시 식품 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유통기한이 명시된 투명한 포장 두부는 소비자들에게 신뢰와 신선함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풀무원의 기업 철학은 위기 상황에서도 빛을 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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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많은 기업들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할 때도 풀무원은 "한 명도 해고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고수했습니다. 이러한 결정은 내부 직원들의 충성도를 높였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에게도 '착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었습니다.


이후 풀무원은 녹즙, 생나또, 생면, 유기농 김치 등으로 제품군을 확장하며 성장했습니다.


윤리경영과 친환경 생산 방식을 기업 정체성으로 삼아 'LOHAS(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삶)'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으며, '사람과 자연을 함께 사랑하는 기업'이라는 슬로건은 단순한 마케팅 문구가 아닌 실천적 철학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서부에 있는 풀러턴 풀무원 USA 공장 전경 / 풀무원미국 캘리포니아주 남서부에 있는 풀러턴 풀무원 USA 공장 전경 / 풀무원


조용히 이룬 미국 시장 석권, 글로벌 식품 기업으로


풀무원의 글로벌 성공 스토리 중에서도 미국 시장 진출은 특히 주목할 만합니다.


1991년 미국 법인을 설립한 이후, 현지 식생활에 맞춘 제품 개발과 탄탄한 유통망 확보를 통해 입지를 다졌습니다.


2016년에는 미국 1위 두부 브랜드 '나소야(Nasoya)'를 인수하며 시장 지배력을 강화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2020년대 들어 풀무원은 미국 두부 시장에서 75%라는 압도적인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제 풀무원은 식물성 단백질, 채식 라면, HMR(가정간편식) 등 다양한 제품군으로 글로벌 소비자들의 식탁을 건강하게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30일 서울 중구 예장동 문학의 집 서울에서 열린 ‘2017 풀무원 열린 주주총회’에서 남승우 대표(가운데)와 이효율 대표(왼쪽), 유창하 전략경영원장이 풀무원의 사업 성과와 향후 비전에 대해 주주들과 함께 토론하고 있다. (풀무원 제공) 2017.3.30/뉴스130일 서울 중구 예장동 문학의 집 서울에서 열린 ‘2017 풀무원 열린 주주총회’에서 남승우 대표(가운데)와 이효율 대표(왼쪽), 유창하 전략경영원장이 풀무원의 사업 성과와 향후 비전에 대해 주주들과 함께 토론하고 있다. (풀무원 제공) 2017.3.30/뉴스1


남승우 회장은 풀무원의 성공 비결에 대해 "처음부터 기업을 하려 한 건 아니었습니다. 그저 사람들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전하고 싶었을 뿐이죠. 그런데 사람들이 그것을 사주더군요."라고 말합니다.


자전거에 두부를 싣고 서울을 누비던 시절부터 이어온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신념은 오늘날 풀무원의 핵심 가치로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풀무원의 시작은 공동의 철학이었고, 그 성장의 원동력은 변함없는 신뢰였습니다.


유기농 농장에서 시작된 작은 꿈이 글로벌 식품 기업으로 성장한 풀무원의 이야기는 기업 철학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