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첫 영상 '동물원에 있는 나', 디지털 콘텐츠 시대의 서막을 열다
2005년 4월 23일 오후 8시31분, 미국의 한 청년이 무료로 동영상을 올릴 수 있는 웹페이지를 만들고 19초짜리 짧은 영상을 업로드했다.
'동물원에 있는 나'(Me at the zoo)라는 제목의 이 영상은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동물원에서 코끼리를 보고 그 큰 코에 감탄하는 단순한 내용이었다.
YouTube 'jawed'
당시에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이 소박한 영상이 현재 38억 명이 사용하는 거대 플랫폼 '유튜브'의 시작이었다.
영상의 주인공은 유튜브 공동 창립자 자베드 카림(Jawed Karim)이다.
그는 영상에서 "좋아요, 이제 우리는 코끼리 앞에 서 있다. 음 이 녀석들의 멋진 점은, 정말, 정말, 정말 긴 코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정말 멋지다. 그리고 할 말은 거의 다 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어색한 말투와 구성 없는 연출, 다소 흔들리는 카메라 움직임이 전부인 이 영상은 디지털 콘텐츠 혁명의 시작점이 됐다. 흥미롭게도 자베드가 개설한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는 2025년 현재까지도 이 영상 하나만 올라와 있다.
자베드 카림 / instagram 'jawedkarim.official'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튜브에서 가장 상징적인 콘텐츠로 남아있는 이 영상은 2025년 4월 22일 기준 조회수 3억5510만 회, 댓글 1039만 개 이상, 좋아요 수 1700만 개를 돌파했다.
페이팔 출신 개발자들이 만든 혁신적 플랫폼
카림은 당시 온라인 금융 플랫폼 '페이팔(PayPal)'에서 일하던 개발자였다.
그는 동료였던 채드 헐리(Chad Hurley), 스티브 첸(Steve Chen)과 함께 온라인상에서 간편하게 동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의 필요성을 느꼈다.
이들의 페이팔 동료 중에는 현재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도 있었다. 이들은 기업 매각 자금력을 바탕으로 막대한 파급력을 가진 '페이팔 마피아'로 불리기도 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유튜브라는 이름은 '당신(You)'과 '텔레비전(Tube)'의 합성어로, '당신을 위한 TV'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서비스 시작 직후부터 빠르게 입소문을 탄 유튜브는 UCC(User Created Contents, 사용자 제작 콘텐츠) 열풍을 일으켰다. 특히 누구나 영상을 올리고 수익까지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창작자 중심'의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회사가 설립되고 이듬해인 2006년, 유튜브는 글로벌 기업 구글에 16억5000만 달러(약 2조원)에 인수됐다.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전성기를 맞이했다.
당시 거대 검색 기업 구글과의 시너지가 주목받았고, 실제로 유튜브는 광고 시스템, 검색 최적화, 콘텐츠 필터링 등에서 급격한 기술 진화를 이뤄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글로벌 미디어 생태계를 바꾼 유튜브의 현재
현재 유튜브는 전 세계에서 월간 사용자 수 25억 명 이상, 일일 조회수 수백억 회를 기록 중이다.
유튜브 뮤직과 프리미엄 유료 구독자 수는 1억 명을 넘었고, 자체 도입한 쇼츠(Shorts)는 하루 평균 70억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e마케터에 따르면 유튜브는 2027년까지 미국의 유료 케이블TV 가입자 수를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19초라는 짧은 시간, 코끼리 앞에서 카메라를 든 한 청년의 영상은 미디어 생태계의 질서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이 작은 시작이 1인 미디어의 시대, 크리에이터의 시대, 광고 수익 기반 플랫폼의 시대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