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레미콘 기사들을 위해 사용해야 하는 상조비를 개인 목적으로 사용한 민노총 건설노조 전 간부들
[인사이트] 정봉준 기자 = 민주노총 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 전 간부들이 3억 4천만 원이 넘는 노조 상조회 돈을 횡령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 중 한 간부는 약 8천만 원을 빼돌려, 일부 금액을 스포츠 도박 등에 사용하기도 했다.
13일 조선일보는 민노총 전 간부인 A씨의 횡령에 관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A씨는 한 레미콘 분회 상조회에서 회장직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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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약 8천만 원을 빼돌린 혐의로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A씨 이외에도 상조회 총무 B씨와 상조회원 C씨 등도 상조비를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이 빼돌린 상조비는 총 3억 4480만 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레미콘 기사들은 법적으로 '근로자'가 아닌 '사업자' 신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조를 만들기 어렵다. 이에 따라 레미콘 업계에서는 상조회가 노조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A씨는 부산·울산·경남 레미콘 상조회들이 민노총 건설노조에 가입한 2019년부터 건설노조로 옮겨 간부 생활을 했다. 그의 횡령은 민노총 간부로 옮기기 직전인 상조회장을 지낼 때 주로 이뤄졌다. 상조회 상당수는 건설노조 레미콘 지회 산하에 분회 형태로 가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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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빌린다'며 약 8009만 원 횡령...상조비 사용 출처는 스포츠 도박 등
레미콘 기사들은 일을 시작하면 '마당비'라는 이름으로 상조회에 돈을 내야 한다. '마당비'는 부산 기준 300~800만 원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후 매월 상조비로 약 3만 원씩을 낸다. 상조회는 기사들에게 받은 돈을 기사들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상조회 회장이었던 A씨는 '잠깐 빌린다'며 약 8009만 원을 빼낸 혐의를 받는다. 이후 스포츠 도박과 자녀 교육비 등에 상조회 돈을 쓴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여성 레미콘 기사를 강제 추행해 작년 9월 1심에서 벌금 1500만 원을 선고받은 이력이 있다.
A씨는 매체와 한 통화에서 횡령한 금액에 관해 "스포츠 토토는 1~2만 원씩만 했고, 대부분은 생활비로 썼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수사 후 나온 범죄 일람표에 적힌 내용은 A씨가 한 주장과 다소 다르다. 일람표에 따르면, 그는 도박 목적으로만 약 1503만 원을 사용했다. 횟수는 25회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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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조회 총무 B씨는 약 7880만 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상조 회원 C씨 역시 1억 8588만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무려 319차례에 걸쳐 상조회 돈을 횡령했다. 세 사람 모두 레미콘 기사들을 위해 사용해야 할 상조회 돈을 개인 자금인 것처럼 펑펑 쓴 셈이다.
이런 노조 횡령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민노총 소속 현대차 비정규직지회에 있던 한 사무국장은 노조 돈 7500만 원을 횡령하다가 적발돼 2021년 4월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2022년 4월에는 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아시아나에어포트지부장이 3억 7천만 원을 횡령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