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배드림
[인사이트] 강유정 기자 = 울산의 한 아파트 놀이터에서 8살 아이를 물어 크게 다치게 한 개가 살처분을 면하게 됐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울산지법 형사5단독 한윤옥판사는 과실치상혐의로 기소된 80대 견주 A씨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하고 압수품으로 분류된 사고견에 대해 몰수를 명령했다.
살처분을 의미하는 압수품 폐기가 아닌 몰수 명령으로 형 집행기관인 검찰이 사고견의 처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재판부는 "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피해 아동에게 씻을 수 없는 육체적, 정신적 피해를 입힌 점 등을 참작했다"라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사고견의 향후 처리 여부에 대해 적절한 방법을 검토 중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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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사고견은 지난해 7월 울산시 울주군의 한 아파트 단지 안에서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이던 8살 B군에게 달려들었다.
B군은 사고견에 의해 목과 팔, 다리 등을 2분간 물어뜯겨 피투성이 상태로 병원에 이송돼 봉합수술을 받았다.
당시 사고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확산됐다.
영상에는 B군이 사고견을 피해 도망가다 넘어진 뒤 2분간 공격을 당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 장면을 목격한 택배기사가 이를 목격하고 달려와 사고견을 아이에게 떼어내 구출했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119구조대는 아이를 병원으로 이송하고 현장 주변을 배회하던 사고견을 포획했다.
경찰은 견주 A씨를 과실치상 혐의로 입건하고 사고견을 폐기 처분(살처분)하도록 해 달라고 검찰에 지휘를 요청했다.
검찰은 '보완사항에 대한 수사와 검토를 진행한 뒤 압수물 폐기요건을 갖췄다고 판단할 때 그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해 다시 지휘받기를 바란다'며 보완 수사를 지휘했다.
검찰은 개가 사람을 물어 상해를 야기한 사고견이라도 사람에게 위해를 줄 수 있는 물건으로서 보관이 위험한지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Instagram 'beaglerescuenetwork'
동물보호법에 따라 살처분을 하려면 해당 사고견의 위험성을 진단하고 안락사를 실행할 수의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안락사를 하겠다고 나서는 수의사를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B군의 가족은 "사고견이 (우리 아이의) 목을 자근자근 다 씹어놨다. 택배기사가 아니었으면 현장 즉사였다"라고 호소했다.
선고가 내려진 뒤 B군의 부모는 사고견이 살처분되지 않은 것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Instagram 'beaglerescuenetwork'
한편 사고견은 진도 믹스견으로 사고 직후부터 10개월간 유기견보호센터에 있다가 동물보호단체인 '비글구조네트워크'에 위탁돼 충남 논산에 위치한 보호소에 머물고 있는 상태다.
단체 측은 '울산이'라는 이름을 붙여 보호 중이며 사고견임을 고려해 다른 보호견들과 별도로 분리해 울타리에 넣어 혼자 두고 있다.
비글구조네트워크 관계자는 "사고견이 맞지만, 목줄 채워 키운 견주의 잘못이지 개의 잘못이 아니다. 그래서 폐기 처분은 반대하는 입장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