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 / 뉴시스
[인사이트] 박상우 기자 = "안 쓸 거면 우리가 그냥 쓰면 안 되나 묻고 싶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나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17일 탁 비서관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지극히 개인적으로 저는 당선인의 청와대 이전(?)에 전혀 의견이 없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다만, 이미 설치되어 운영되고 보강되어 온 수백억원의 각종 시설들이 아깝고, 해방 이후부터 지금까지 있었던 수많은 역사들, 그리고 각종 국빈 행사의 격조는 어쩌지"라고 덧붙였다.
청와대 / 사진=인사이트
윤석열 당선인 / 뉴시스
탁 비서관은 "노태우 대통령 때부터 일해온 정원 담당 아저씨, 늘 따뜻한 밥을 해주던 식당 직원들, 책에도 안 나오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구술해주던 시설관리 담당 아무개 선생님도 모두 그리워질 것"이라며 "겨우내 출몰하던 냥냥스(고양이)도"라고 했다.
이어 "청와대가 사람들의 관심과 가보고 싶은 공간인 이유는 거기 대통령이 있기 때문"이라며 "일전에 (대통령 휴양지인) 저도를 반환했을 때 관심이 많았지만 결국 관심이 사라지고 사람이 별로 찾지 않는 공간이 됐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은 집무실을 옮기고 현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한 윤 당선인 측의 입장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탁 비서관은 "지극히 개인적으로 당선인의 청와대 이전에 전혀 의견이 없다"면서도 "일본이 창경궁을 동물원으로 만들었을 때도 '신민'들에게 돌려준다고 했었다"라고 적었다.
Facebook 'Tak Hyunmin'
즉 윤 당선인을 1909년 당시 일제 통감부에, 국민을 왕정 체제의 신민에 각각 비유한 셈이다.
또 탁 비서관은 윤 당선인 측이 집무실 이전 이유 중 하나로 '현재의 청와대 내 집무실과 비서동 간 사이가 멀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탁 비서관은 "대통령 집무실을 비서동으로 옮긴 지 5년이 됐다"며 "제가 조금 전에 (집무실에서 비서동 사이의) 이동 시간을 확인했는데 뛰어가면 30초, 걸어가면 57초로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됩니다. 헉헉"이라고 적었다.
한편 윤 당선인 측은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를 이전한 후 현 청와대 부지를 국민들에게 개방한다는 계획이다. 윤 당선인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와 관련해 "용산을 포함해 여러 개 후보지를 놓고 검토 작업 중"이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