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안일왕산 정상에서 산림청 소속 특수진화대원들이 대왕소나무에 물을 뿌리고 있다 / 사진=산림청 특수진화대원
[인사이트] 김다솜 기자 = 빠르게 퍼지는 불길로부터 '금강송'을 지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 '영웅'들이 있다.
지난 9일 오후 경북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 안일왕산 정상에서 산림청 소속 특수진화대원들이 밤을 새웠다.
소광리 일대는 200년 된 금강송 8만여 그루가 있는 국내에서 가장 큰 군락지다.
당시 산불은 금강송 군락지와 겨우 300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금강송면 금강송 군락지에서 야간 진화작전을 펼치고 있다 / 사진=산림항공본부
권호갑 대원(47·남부지방산림청 산불재난특수진화대)은 동료 2명과 함께 안일왕산 정상에서 건너편 산 능선을 주시했다.
이들의 임무는 산 정상에 있는 500년 된 대왕소나무를 지키는 것.
자칫 불길이 바람을 타고 산으로 넘어오기라도 한다면 수만 그루의 금강송이 재로 변할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이들은 며칠 전 진화 차량에서 물을 끌어오기 위해 20kg 호스를 연결, 1.2km 떨어진 산 정상까지 걸어 올라왔다.
금강송면 금강송 군락지에서 야간 진화작전을 펼치고 있다 / 사진=산림항공본부
행여 나무에 작은 불씨라도 튀지 않을까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나무를 사수했다.
수백 년 역사의 금강송을 지키기 위해 트럭에 물탱크를 싣고 달려온 시민들도 있었다고 한다.
다행히 지난 11일 오전 소방당국은 금강송 군락지 방어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재발화를 막기 위해 특전사 등 860여 명이 투입돼 잔불 정리에 힘썼다.
'영웅'들이 모여 힘을 합한 덕분에 금강송을 지켜낼 수 있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