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인하 첫날 주유하러 온 소비자 / 뉴시스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정부에서 유류세 20% 인하 정책을 12일부터 시행했다.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치솟은 기름값을 낮춰 국민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함이다.
조금이라도 싼값에 기름을 넣기 위해 기다려온 시민들은 유류세 인하가 발표되자마자 곧장 주유소로 향했으나 마주한 건 조금도 떨어지지 않은 기름값이었다.
기름값을 내린 주유소를 찾아야 했고, 때문에 일부 주유소에 더욱 많은 손님이 몰렸다.
어제 즉각적으로 유류세 인하를 반영한 주유소는 알뜰·직영 등 소수 주유소에 불과했다. 일반적인 가맹 주유소는 곧바로 가격을 내리지 않은 곳이 더 많았다.
국내 주유소는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1만 1260개인데, 이중 어제 유류세 인하를 반영한 주유소는 정유사 직영 주유소 765곳과 알뜰 주유소 1233개에 불과했다. 전체의 17.8%다.
10일 한국석유유통협회가 공문으로 "코로나19 장기화에 물가인상까지 겹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을 생각해 주유소들이 즉각적인 기름값 인하에 동참해 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으나 큰 영향력은 없었다.
원칙적으로 가맹 주유소는 기름값을 원하는 대로 책정할 권리가 있기 때문에 유류세 인하분을 즉시 반영하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또 유류세 인하 전 사들인 재고를 소진하지 않은 상황에서 인하된 가격으로 팔면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시민들은 분통을 터뜨린다. 주유소들이 기름값을 올릴 때는 번개처럼 올리더니 내릴 때는 재고 핑계를 대면서 슬금슬금 내린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물가 상승과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상황에서 주유소들이 고통 분담을 하지 않는 건 이기적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가맹 주유소의 경우 재고를 모두 소진하고 12일부터 출고되는 물량을 판매하기까지 약 2주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2주 후에 유류세 인하가 반영되더라도 국제 유가가 오른다면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기름값은 현재와 크게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