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08일(월)

친구 3명에게 장기기증하고 '하늘 나라' 간 5살 소율이 아빠가 받고 싶은 편지

인사이트사진 제공 =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인사이트] 임기수 기자 = 얼마 전 삶의 마지막 순간 3명에게 생명을 선물하고 하늘나라로 떠난 5살 전소율 양이 많은 사람들에게 안타까움과 함께 감동을 안겼다.


소율양은 심장과 좌·우 신장을 남기고 떠났다. 짧게 세상에 있다 갔지만 소율양의 몸의 일부는 누군가의 몸속에서 여전히 살아서 자라고 있다. 


아버지 전기섭씨가 장기기증을 결심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전기섭씨는 소율이의 심장이 어찌 됐는지 알 수 없다.


현행법상 기증자와 수혜자의 신상은 비밀에 부쳐지기 때문이다. 12일 MBC 뉴스는 소율양의 아버지 전기섭씨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장기 기증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예우가 필요성에 대해 보도했다.


인사이트MBC '뉴스데스크'


소율양의 아버지 전기섭씨는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딸의 심장이 다시 건강하게 잘 뛰는지"라도 알고 싶다고 했다.


그는 "소율이 심장도 뛰고 있는 거다. 그러니까 소율이도 죽지 않은 거라고 생각하면서 위안을 삼으려고 기증을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전기섭씨의 바람은 이뤄질 수 없다. 지난 99년 만들어진 '장기이식법'은 장기매매나 장기기증에 대한 금전 요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장기기증 업무를 다루는 기관들에 기증자와 수혜자의 정보에 대해 비밀유지 의무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 WHO도 이런 비밀유지의무를 보편적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대부분 국가들도 이런 원칙에 따라 기증자와 수혜자의 익명성을 보장하지만 몇몇 국가들은 간접적인 교류를 허용하고 있다.


인사이트'장기기증 비밀유지' WHO 지침 / MBC '뉴스데스크'


미국, 호주와 유럽 등은 기관을 거쳐 편지 교환이 가능하며 기증자에게 수혜자의 성별, 대략적인 나이, 이식 뒤 건강상태도 알릴 수 있다.


단, 당사자들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행여 편지에 금전요구 같은 게 있는지를 검수해 혹시 모를 불미스러운 일을 막는다.


일본 역시 직접 교류는 금하고 있지만 편지 교환은 할 수 있다. 이탈리아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선 이식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상호 동의하에 기증자·수혜자 정보를 알릴 수 있도록 하는 법안까지 발의됐다.


최소한의 교류를 허용해주는 게 기증자와 유족들에 대한 예우라는 사회적 인식 때문이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우리나라도 기증자와 수혜자의 정보가 공개될 때가 있다. 범죄 수사나, 당사자의 동의를 거쳐 장기기증 홍보사업을 하는 등 공익적인 목적에 부합하는 경우에 한해서다. 하지만 일상적인 간접 교류는 아직까지는 허용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도 서신교환이 가능하도록 관련법 개정안이 발의돼 계류 중이다. 아직 법이 통과되지 않았다.


관계자는 "익명 편지 교환을 장기기증 홍보를 위한 '공익적 목적’에 부합하는 경우로 유권해석을 내려서, 관련 시스템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유가족 예우를 의무화하는 법적 근거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시행되는 일종의 시범 사업 성격에 가깝다.


한국의 뇌사 장기 기증률은 인구 백만 명당 8.7명으로 주요 선진국의 1/3, 1/4 수준이다. 물론 문화적 차이에서 기인한 것도 있지만 그동안 기증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예우가 그들에 비해 그만큼 부족했던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