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05일(수)

"제가 평양에 가겠습니다"... 北 김영남 별세 소식에 '대북통' 박지원이 내건 제안

김영남 전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서, 정부와 정치권에서 대북 조문외교 가능성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이 직접 대북특사를 자청하며 조문단 파견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한 가운데, 정부 차원의 대응 방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박지원 의원은 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영남 전 상임위원장의 별세에 대한 조의를 표명했습니다. 


image.png2018년 9월 18일 당시 평양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방북한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 뉴스1(평양사진공동취재단)


박 의원은 "여건이 허락한다면 제가 조문 사절로 평양을 방문하겠다"라며 대북특사 역할을 자청했습니다.


박 의원은 "오늘 국회에서 만난 정동영 통일장관께도 말씀드렸고, 국가정보원 국정감사에서 국정원장께도 요청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인 박 의원은 김영남 전 위원장과의 개인적 인연도 언급했습니다.


그는 "훤칠한 키에 미남, 조용한 외교관 출신으로 저와는 10여 차례 만났고 김정일·김정은 두 위원장께서도 김 (전) 상임위원장을 깍듯이 모시던 기억이 새롭다"고 회상했습니다.


박 의원은 과거 남북 간 조문외교 사례를 들며 특사 파견의 당위성을 강조했습니다. 


image.png박지원 페이스북 캡처


그는 "과거 김대중 대통령(DJ) 서거 때 북한에서 김기남 비서 등 조문 사절단이 오셨고, 김정일 위원장 조문 사절로 고 이희호 여사께서 다녀오셨다"면서 "북한도 (특사를) 받아들이고, 우리 정부도 박지원을 특사로 보내시길 간곡히 호소한다"고 말했습니다.


박 의원은 2000년 문화관광부 장관 재임 시절 김대중 전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북측과 접촉해 6·15 남북정상회담 성사 과정에서 막후 역할을 담당한 바 있습니다. 


또한 2014년 DJ 서거 5주기 때 북한의 화환을 받기 위해 방북했으며, 같은 해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3주기에는 이희호 여사 명의의 조화를 북측에 전달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한 경험이 있습니다.


한편 정부는 남북 간 통신선 단절 상황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 명의의 조의문을 발표하는 방식으로 공식 애도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정동영 장관은 4일 통일부 대변인이 발표한 조의문에서 "김영남 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부고를 접하고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origin_환영사하는정동영통일부장관 (1).jpg정동영 통일부장관 / 뉴스1


정 장관은 김영남 전 위원장의 남북관계 기여를 구체적으로 언급했습니다. 


그는 "김영남 전 위원장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북측 대표단을 이끌고 방남하여 남북대화의 물꼬를 트는 데 기여한 바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2005년 6월과 2018년 9월 두 차례에 걸쳐 평양에서 김영남 전 위원장을 만나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었던 기억이 난다"고 회고했습니다.


정 장관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과 북측 관계자 여러분께도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조의문 발표 배경에 대해 김영남이 평창동계올림픽 때 방남한 점 등을 고려했으며, 관계 부처와의 조율을 거쳤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부는 과거에도 남북관계에 깊이 관여한 북측 고위인사 사망 시 조의를 표명한 전례가 있습니다.


origin_박지원·김영남반갑습니다.jpg


2005년 10월 연형묵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사망 당시 정동영 통일부 장관 명의로 북측 장관급회담 수석대표 앞으로 조의 전통문을 발송한 것이 첫 사례였습니다.


이후 2006년 8월 림동옥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사망 시에는 이종석 통일부 장관 명의로, 2015년 12월 김양건 노동당 비서 사망 때는 홍용표 통일부 장관 명의로 각각 조의 전통문을 북측에 보냈습니다.


다만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당시에는 류우익 통일부 장관 명의 담화문 발표와 북한 주민들에 대한 위로 표명에 그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