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하루 동안 최대 800회까지 자신의 얼굴을 만지는 행동을 보입니다.
이러한 행동은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발생하는데, 최근 연구를 통해 턱과 볼, 코를 동시에 만지는 특정 행동이 정신적 스트레스 수준을 측정할 수 있는 신뢰성 있는 지표라는 흥미로운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지난 20일 미국 휴스턴대학교와 버지니아공과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과학 매체 스터디파인즈를 통해 발표한 연구에서 총 170시간에 달하는 사무실 관찰 영상을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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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박사과정 학생부터 교수까지 남성 6명과 여성 4명을 대상으로 나흘간 관찰을 진행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연구 자료를 읽고 작성하는 일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면서 관찰을 받았습니다.
연구팀은 방대한 양의 영상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인공지능 기반 기계학습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이 시스템은 모든 영상 프레임에서 얼굴과 손의 해부학적 표지점을 정확히 식별한 후, 손이 볼, 눈, 이마, 코, 턱 등 특정 얼굴 부위와 접촉하는지를 세밀하게 분석했습니다.
동시에 열화상 카메라를 활용해 참가자의 코 주변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땀 변화를 측정하여 신체의 스트레스 반응을 객관적으로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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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 총 60만 2737개의 데이터가 수집되었으며, 관찰 시간 1초당 하나의 측정값이 기록되어 스트레스 수준과 활동, 표정, 접촉 행동을 초 단위로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분석 결과 난이도가 높은 작업을 수행할 때 생리적 변화가 증가했으며, 얼굴 아래쪽을 만지는 행동 역시 함께 늘어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주목할 점은 얼굴 아래쪽 여러 부위를 동시에 만지는 행동이 스트레스와 가장 강한 연관성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모든 얼굴 접촉이 동일한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었으며, 턱-볼-코를 함께 만지는 행동은 스트레스와 뚜렷한 상관관계를 나타냈지만, 다른 조합은 연관성이 약하거나 없었습니다. 실제로 얼굴 접촉 데이터를 제거하자 스트레스 예측 모델의 설명력이 약 20% 감소하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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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행동 패턴은 진화적 기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다른 영장류에서도 유사한 자기 진정 행동을 발견했습니다.
턱과 코, 이마는 연구자들이 'T존'이라 부르는 대표적인 접촉 부위로, 이곳에는 잔털과 신경 말단이 조밀하게 분포되어 있습니다.
정신적 부담이 커지면 손이 본능적으로 이 부위로 향하는데, 감각이 예민한 부위를 만지는 것이 스트레스 상황에서 위안을 제공하기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얼굴 아래쪽을 스스로 만지는 행동은 교감신경 과활성의 명확한 지표이며, 이는 곧 정신적 스트레스를 의미한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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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사용 역시 스트레스 반응과 상관관계를 나타냈습니다. 참가자들은 약 3%의 시간을 휴대전화 사용에 할애했는데, 이때 스트레스 측정값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책상을 떠나는 신체적 휴식도 높은 스트레스와 연관되었으며, 휴식은 대략 2시간마다 한 번씩 발생했습니다.
흥미롭게도 표정은 감정과 관련이 깊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에서는 스트레스 예측력이 거의 없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주로 부정적 감정(50%), 중립적 표정(20%), 슬픔이나 집중할 때의 진지한 표정(20%)을 보였으며, 행복한 표정(4%)은 드물게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표정들 중 어느 것도 최종 통계 모델에서 스트레스 수준을 유의미하게 예측하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