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기관에서 전신마취 수술에 필요한 기본 안전장비 없이 환자를 수술하는 위험한 실태가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수술실조차 갖추지 않은 채 전신마취를 시행하거나, 수술실이 있어도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 장비를 설치하지 않은 병원들이 다수 적발되면서 환자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17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6월 전신마취 청구 실적을 기록한 외과 과목 의원급 의료기관 435곳 중 30곳이 수술실 설치 신고조차 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신마취 수술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는 전체의 6.9%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수술실을 보유한 405곳의 의료기관 중에서도 안전장비 구비율이 현저히 낮다는 점입니다. 인공호흡기를 설치한 기관은 단 10곳(2.4%)에 불과했으며, 심전도 모니터 장치를 갖춘 곳도 284곳(70.1%)에 그쳤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현행 의료법 시행규칙은 외과계 진료과목을 운영하며 전신마취 수술을 시행하는 의료기관에 대해 수술실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수술실에는 기도 내 삽관유지장치, 인공호흡기, 마취환자의 호흡감시장치, 심전도 모니터 장치 등 필수 안전장비를 반드시 구비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도 내 삽관유지장치와 마취환자의 호흡감시장치는 신고 대상 의료장비가 아니어서 보건당국이 설치 여부를 확인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김선민 의원은 "보건복지부가 10년 전 수술 환자의 안전 관리를 강화하겠다며 의원급 의료기관의 수술실·응급의료장비 설치 의무화를 추진했지만, 이후 시행을 제대로 하지 않아 아직도 환자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습니다.
정부는 2015년 복부지방 흡입술 환자 사망 사건 등 성형 의료기관에서의 연이은 사고를 계기로 '수술환자의 권리보호 및 안전관리 강화 대책'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 대책에는 전신마취시 응급장비 설치 의무화를 비롯해 '비포&애프터' 성형광고 금지, 수술 의사 실명제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지난 10년간 의료기관의 수술실·응급의료장비 구비 관련 실태조사를 2017년 단 한 차례만 실시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수술실 신고조차 하지 않은 의료기관에서 전신마취가 이뤄지고 있음에도 이후 8년간 제대로 된 현장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입니다.
김 의원은 "보건복지부는 수술 환자의 안전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해놓고 10년이 지나도록 실태 파악도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하루빨리 수술실 응급의료장비 구비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삽관유지장치·호흡감시장치는 신고 장비로 전환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