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최태원·노소영 1조 4천억원 재산분할 '파기환송'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이 대법원 판단에 따라 다시 고등법원으로 돌아가게 됐습니다.
대법원이 재산분할과 관련한 2심 판결에 법리적 오류가 있다고 보고 사건을 파기환송했습니다. 이로써 1심과 2심의 판결이 극명하게 엇갈린 '세기의 이혼'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습니다.
"법리 오류 있다"... 대법, 사건 다시 고등법원으로
대법원의 파기환송은 원심 재판에 법리적 문제가 있을 경우, 사건을 다시 고등법원으로 보내 재심리하도록 하는 절차입니다. 이번 결정으로 노 관장이 받을 재산분할금 규모는 향후 파기환송심에서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2022년 12월, 1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원과 재산분할금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항소심 재판부는 재산분할금을 1조 3808억원 규모로 높였습니다. 위자료 역시 20억원으로 대폭 올렸습니다. 이는 최 회장의 재산을 4조원대로 보고 이 자산의 35%를 노 관장에게 줘야한다고 본 것입니다.
핵심 쟁점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 1297만5472주(지분율 17.73%)의 재산 성격이었습니다. 1심은 해당 지분을 '특유재산'으로 판단해 분할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항소심은 이를 포함시켰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SK㈜는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에게서 상속받았지만, 이후 회사 성장에는 최 회장의 경영적 기여가 컸다"며 "주식 가치 상승분은 부부의 공동 노력으로 형성된 자산"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노 관장이 가사노동과 자녀 양육을 통해 기여한 점을 인정해 거액의 분할금을 산정했습니다. 그러나 재계와 법조계 일각에서는 "최 회장을 '재벌 2세이자 자수성가형 경영인'으로 동시에 평가한 형용 모순"이라며 항소심 판결의 논리적 일관성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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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역시 "노 관장이 재산 형성에 실질적으로 얼마나 기여했는지 참작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파기환송심에서는 재산 형성과 기여도를 다시 따져 분할액을 새로 산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노태우 비자금' 의혹, 다시 다뤄지나... "실체 확인 안돼" 반론도 만만치 않아
이번 파기환송심에서는 '노태우 비자금' 의혹도 다시 다뤄질 전망입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노 관장의 부친인 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정권 시절 SK그룹이 정치적 특혜를 받아 성장했다고 봤습니다.
이 근거로 제시된 것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가 남긴 '선경(SK의 옛 이름) 300억'이라는 메모지였습니다. 재판부는 해당 메모를 근거로 "노태우 비자금 300억 원이 SK그룹으로 흘러들어가 그룹 성장에 기여했으며, 이는 부부 공동재산 형성에 반영돼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비자금 실체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재산분할 근거로 삼은 것은 부적절하다는 반론도 나왔습니다. 단순 메모로 판단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기업의 성장이 정권의 도움이라는 시각은 자유시장경제체제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무엇보다 SK그룹이 6공화국 시절 특혜를 받았다는 주장 자체에 반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SK는 1992년 제2이동통신 사업자로 선정됐다가 정치권의 특혜 의혹 제기로 일주일 만에 사업권을 반납했습니다. SK 측은 "당시 오히려 손해를 입었을 뿐, 특혜는 없었다"고 반박해 왔습니다.
최 회장 역시 상고 과정에서 "근거 없는 '6공 후광' 주장으로 SK 명예가 실추됐다"며 "대법원이 사실관계를 바로잡아주길 바란다"고 호소했습니다.
대법원의 이번 파기환송 결정으로, '노태우 비자금'과 'SK특혜' 논란은 다시 고등법원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질 예정입니다. 이번 재심 결과에 따라 재산분할 규모는 물론, SK그룹의 경영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