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전유진 기자 = 현직 고등학교 교사가 학생들로부터 욕설을 듣는 등 자신이 겪은 교권 추락 실태를 낱낱이 밝혔다.
지난 5일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학교에서 겪은 분노일지 써 본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작성자 A씨는 자신을 현직 고등학교 교사라고 밝히며 "내가 나이도 많이 어린 데다 여자고, 키도 작아서 (학생들한테) 무시를 당하는 것을 감안하고 쓴다"며 말문을 열었다.
A씨는 먼저 학생들이 그를 향해 양손 가운뎃손가락을 치켜드는 '쌍XX'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학생이 수업 시간에 휴대전화를 만져서 뺏으려는데 아이가 반항하더니 내 휴대폰을 뺏어서 던졌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A씨에 따르면 수업 중 발표를 시킬 때면 학생들은 "XX 뭐래냐"라고 대놓고 웃으며 욕했다.
한 학생은 전달사항을 말할 때 잘 못 들었는지 옆자리 짝꿍에게 "담임 방금 뭐래?"라며 면전에 대고 A씨를 무시했다.
무슨 말만 하면 학생들은 "아 어쩌라고요"라고 말대꾸를 했고, 혼을 내려고 하면 "영상을 찍겠다"고 난리를 쳤다.
혼내면서 목소리가 높아지면 "아 시끄러워 왜 소리를 질러요?"라는 말을 학생들로부터 듣기도 했다. 심지어 그가 자신의 진심을 전달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돌린 편지가 찢겨 버려진 채로 발견된 적도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A씨는 그 이후로 조금 남아있던 정마저 다 떨어졌다며 "물론 예쁜 아이들도 있긴 하지만, 힘들게 하는 아이들 때문에 번아웃이 와서 예쁜 아이들에게 사랑 줄 힘이 없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나보고 자질이 없다든지 인성이 안 좋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지난해 신규 부임 때는 갓 졸업해서 열정도 넘쳤고 이것저것 많이 해보려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아이들에게 치킨, 피자도 사 먹이고 고깃집도 데려가 월 1회 단합대회도 열어보는 등 충분히 노력했다며 '내가 더 잘하면 애들이 다 알아주겠지'하며 상상 이상으로 노력했음을 전하기도 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A씨의 고충을 접한 누리꾼들은 "충격적이다", "교사도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극한 직업", "별점, 생기부까지 안 되면 학생들을 막을 방법이 없긴 하다", "진짜 어떡하냐. 힘내라" 등의 반응을 보이며 위로했다.
한편 지난 5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유·초·중·고 교사 25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81.8%가 '학생 생활지도 붕괴 등 교권 추락'이 심각하다고 답하며 교권 침해로 겪는 어려움을 호소했다.
하지만 전체 응답자 중 56.5%가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에도 학교 측은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답했으며, 18.3%가 심각한 교권침해인 '성희롱·성범죄'에도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