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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영화 같은 스토리로 현재 미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든 남성이 있다.
약 10년을 하부 리그에서 뛰다 32살의 나이에 미국프로농구(NBA)에 데뷔한 안드레 잉그램(Andre Ingram·LA 레이커스)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11일(한국 시간) 미국 LA 스테이플 센터에서는 LA 레이커스와 휴스턴 로키츠의 2017-18시즌 NBA 경기가 열렸다.
이날 경기는 잉그램에게 매우 특별했다. 꿈에 그리던 NBA 데뷔전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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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그램의 나이는 올해로 32살. NBA 선수로 데뷔하기엔 매우 늦은 나이였지만 그는 NBA의 하부 리그인 G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잉그램은 2007년 G리그 유타 플래시(現 델라웨어 블루 코츠)에서 데뷔, 2012년부터 LA 레이커스 산하 G리그 팀인 사우스 베이 레이커스에서 뛰었으며 G리그 통산 384경기를 소화했다.
기록도 좋았다.
정확한 3점슛이 장기인 그는 10시즌 동안 713개의 3점슛을 성공해 G리그 통산 최다 3점슛 기록을 보유했다. 통산 3점슛 성공률 역시 46.1%에 달하며, 2017-18시즌에도 47경기에 출전해 경기당 2.2개의 3점슛(성공률 47.5%)을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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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잉그램은 G리그 최고의 선수로 군림했지만 이상하게도 NBA와는 인연이 없었다. NBA에서 충분히 통할 실력을 갖췄는데도 말이다.
1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잉그램은 G리그의 적은 연봉(1만 8천 달러~2만 4천 달러 사이) 때문에 생활이 녹록지 않았다. 또 아내와 딸, 부양할 가족이 있어 꿈을 포기할까 생각도 했다.
그럴 때마다 아내는 "꿈을 포기하지 말라"며 남편을 독려했고, 잉그램은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꼭 꿈을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그는 물리학 전공을 살려 수학 선생님으로 일하면서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하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잉그램에게 '행운'이 찾아왔다. 꿈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던 잉그램을 눈여겨 본 LA 레이커스가 그의 '콜업'을 결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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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업 당시 LA 레이커스는 브랜든 잉그램, 론조 볼, 카일 쿠즈마 등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해 선수단 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 때문에 LA 레이커스 임원들은 선수 수급을 위해 잉그램의 콜업을 결정했고, 그와 잔여 시즌 계약을 맺었다.
LA 레이커스와 휴스턴 로키츠의 경기가 열리던 11일, 경기장 내 모든 시선은 일제히 한 곳으로 쏠렸다. 시선의 주인공은 당연히 '32살의 루키' 잉그램이었다.
꿈에 그리던 NBA 경기에서 뛰게 된 잉그램은 이날 최고의 모습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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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날 29분간 출전해 19득점 3리바운드 1어시스트 3블록슛을 기록했다. 3점슛도 5개 중 4개를 성공시켰고, 자유투는 3개를 전부 넣었다. G리그 최고 슈터가 NBA를 압도한 것이다.
또한 잉그램은 LA 레이커스 신인 선수 첫 경기 최다 득점 역대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참고로 역대 1위는 '농구 전설' 매직 존슨(26점)이다.
경기가 끝난 후 잉그램은 "전율을 느꼈다. 환상적이었다"며 "관중, 불빛, 모든 게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고 NBA 데뷔전 소감을 밝혔다.
이어 "앞으로 이런 날이 또 올지, 안 올지 모르겠다"라며 "그래도 이런 날이 와서 정말 고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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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시즌에도 잉그램이 NBA에서 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10년간 하부 리그에서 뛰며 꿈을 쫓은 잉그램의 열정은 농구 선수들은 물론 미국 전역에 큰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우린 잊지 못한다. 잉그램이 자유투 라인에 섰을 당시 관중들이 외친 "MVP! MVP! MVP!" 함성 소리를 말이다.
남들보다 조금 늦었지만 NBA 데뷔에 성공한 잉그램의 꿈이 계속해서 이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