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08일(월)

직장내 따돌림 당해 숨진 9급 공무원 문제가 '세대 차이' 탓이라는 대전시

YTN 뉴스


[인사이트] 전유진 기자 = 대전시가 새내기 9급 공무원이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다 극단적 선택한 사건과 관련해 '조직 내 세대 차이'를 문제의 주요 원인으로 진단했다.


지난 18일 허태정 대전시장은 새내기 공무원 8명과 함께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는 지난 12일 허시장이 간부 공무원들과 진행한 조직문화 개선 대책 회의에서 "간부 직원들로부터 변화해야 하고, 직원들의 생각을 읽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데서 마련됐다.


이와 관련 대전시가 직장 내 갑질·괴롭힘 문제의 원인을 세대 차이로 진단하는 것은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는 일부 지적이 나오고 있다.


허태정 대전시장 / 뉴스1


이날 간담회 보도자료에 따르면 대전시는 2010년 대비 50세 이상 직원 비중이 2020년 기준 12.8% 포인트, 30세 이하 직원은 9.9% 포인트 증가한 데 반해 세대 갈등의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는 31~50세는 22.7% 포인트 감소했다.


대전시는 이를 근거로 세대 간 문화 차이로 인한 갈등 요소가 상존한다고 분석했다.


간담회에서 허 시장은 "간부 직원이 먼저 구태를 개선해 나가는 동시에 신규 공무원들과 다양한 소통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세대 구성원의 목소리를 경청하기 위해 배석자 없이 여러 직원들과 격의 없는 대화 시간을 갖고 대전시의 조직문화 개선과 소통의 장을 마련하겠다"고 언급했다.


YTN 뉴스


다만 19일 한겨레에 따르면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간담회에서 "조직에서 중대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발생해서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까지 한 상황인데, (세대론을 들어)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에게 문제가 있다는 식의 양비론으로 접근하는 것은 가장 나쁜 태도"라고 주장했다.


박 위원은 "직장 내 갑질·괴롭힘 문제를 세대 간 감수성이나 인식의 차이로 진단하는 것은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며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인지하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직장 내 괴롭힘은 명백한 범죄행위란 인식이 먼저"라며 "(대전시와 같은 환경에선) 이런 일이 재발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뉴스1


한편 지난 26일 대전시 9급공무원으로 임용된 A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은 숨진 공무원이 생전 부당한 업무 지시 및 직장 내 따돌림으로 괴로움을 호소했다고 주장했다.


유족에 따르면 A씨는 가족과의 통화에서 "출근 시간이 9시까지인데 8시까지 와서 물과 커피를 준비하라고 한다"등 부당한 업무 지시를 받았다고 토로했으며 친구들에게도 "왕따를 당한다", "직원 취급을 안 해준다" 등 고통을 호소하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생전 A씨가 일했던 부서 관계자는 부당한 업무 지시와 직장 내 따돌림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유족 측은 가해자들에 대한 감사·징계 절차를 진행할 것과 직장 내 갑질 등 괴롭힘으로 인한 순직 처리, 시청사 내 추모비 건립 등을 요구하며 허태정 대전시장과 감사위원장에게 진정서를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