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 모기 씨가 말랐다... 폭염이 모기 개체수 급감시켜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A 씨(37)는 올해 들어 모기약이나 모기향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A 씨는 "러브버그, 날파리 등에 시달리다 보니 모기는 생각도 못 했다"며 "작년 이맘때는 매일 밤마다 모기에 시달려 방충망 전체를 교체했던 기억이 있는데, 올해는 정말 모기 씨가 마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올해는 예년과 달리 '여름모기'가 거의 사라진 특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초여름부터 출현하기 시작해 7월 중순에서 8월에 최고조에 달하는 모기가 올해는 이른 폭염으로 인해 자취를 감춘 것으로 보입니다.
모기 활동지수 급감... 기후변화가 원인
서울시가 제공하는 '모기예보' 자료에 따르면, 7월 25일 기준 모기 발생지수는 2단계인 '관심'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모기 예보는 '쾌적', '관심', '주의', '불쾌' 등 총 4단계로 구분되는데, 통상 7월 중순에는 '주의'나 '불쾌' 수준을 기록했던 것과 대조적입니다.
2일 오전 서울 성북구 길음7단지 앞 성북 어린이 물놀이장에서 이승로 성북구청장과 새마을지도자 방역 봉사대원들이 여름철 모기 매개 감염병 대비 민관 합동방역을 하고 있다. 2022.8.2 / 뉴스1
모기활동지수가 '100'일 경우 밤에 야외에서 10분 정도 서 있으면 5번 이상 모기에 물릴 수 있는 환경을 의미하는데, 올해는 이 지수가 38.9에 불과한 상황입니다.
최근 일주일간의 모기활동 지수를 살펴보면, 7월 19일 52.8에서 21일 65.3으로 약간 상승했다가 22일에는 23.1로 급격히 하락했습니다.
폭염과 집중호우가 모기 서식 환경 파괴
모기는 일반적으로 15~30도 사이의 기온에서 활발하게 활동합니다. 또한 폭우보다는 비가 주기적으로 내리는 환경이 모기 번식에 유리합니다.
정상적인 패턴이라면 모기는 6월 중순부터 개체수가 증가하기 시작해 8월 중순에 최대치를 기록한 후 점차 감소하게 됩니다.
그러나 올해는 이러한 패턴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전문가들은 6월 초부터 시작되어 7월 초에는 35도를 넘나든 역대급 폭염이 모기 개체수 급감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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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는 고인 물이나 물웅덩이 등에 알을 낳는데, 6~7월 초 극심한 폭염으로 인해 물이 말라버려 모기가 산란할 장소를 찾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짧은 장마와 단기간에 집중된 폭우 역시 모기 서식에 불리한 환경을 조성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6월에는 모기 활동지수가 '100'까지 상승했던 반면, 올해 6월에는 계속해서 100 이하를 유지했습니다.
올해 6월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날은 28일로 77.2였고, 6월 6일에는 27.4에 그쳤습니다. 특히 7월 10일에는 모기활동지수가 '0'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가을모기 주의보... 방충망 점검 필요
여름모기가 자취를 감추면서 '가을모기'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발생했던 지난해에도 여름모기 대신 가을모기가 기승을 부렸던 사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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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의 경우, 6월에 정점을 찍었던 모기 활동은 폭염과 폭우가 심했던 7, 8월에 감소했다가 기온이 내려가기 시작한 9월 말부터 다시 증가했습니다.
현재와 같이 모기 발생단계가 '관심'(2단계)을 유지할 경우, 창문과 문에 방충망을 사용하고 늦은 시간 환기를 자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문과 창문 방충망 등 모기 침입 통로는 수리해야 하며, 지역별로 물이 고일 수 있는 가능성을 제거하고 야외 모기유충 서식 방제 및 관리에 나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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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발생단계가 '주의'(3단계)로 상승할 경우에는 실내에서 출입문과 창문을 열어 환기하는 것을 자제하고, 특히 아기침대에는 모기장을 사용하는 것이 권고됩니다.
야외에서는 고여있는 물을 비워내고 뒤집어 놓으며, 집주변에 모기가 발견될 경우 가정용 에어로졸로 방제해야 합니다.
야외활동 시에는 가급적 긴팔과 긴바지를 착용하고 유모차에는 모기장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