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성우계의 거목, 임수아 성우 별세
한국 성우계의 '거목' 임수아 선생이 지난 22일 별세했다. 향년 74세.
고인은 '명탐정 코난'의 중후한 조남순, '미녀와 야수'의 다정한 포트 부인을 비롯해 수많은 중년 여성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한국 더빙의 산 역사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임수아 / 한국성우협회
지난 1968년 TBC 4기 공채 성우로 데뷔한 고인은 언론통폐합 이후 KBS 10기로 분류돼 본격적인 활동을 이어왔다가 프리랜서로 전환해 라디오, TV, 극장판 더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했다.
성우극회 소속으로 50년이 넘는 기간 동안 KBS와 SBS, 투니버스, 애니박스, 카툰네트워크, 챔프 등 여러 플랫폼에서 '엄마', '원장님', '사장님', '부인'이라는 이름의 목소리로 시청자들과 만났다.
국민 애니메이션부터 디즈니 클래식까지, 임수아의 목소리
임수아 성우가 가장 널리 기억되는 작품은 단연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 속 조남순, 배미옥 캐릭터와 디즈니 명작들이다.
'미녀와 야수'의 포트 부인, '잠자는 숲속의 공주'의 메리웨더, '포카혼타스'의 윌로우 등 원작 성우들의 감정을 그대로 살린 한국어 더빙은 지금까지도 많은 팬들의 기억에 남아 있다.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
2017년 10월까지도 투니버스 '명탐정 코난' 더빙에 참여했던 임수아 성우는 은퇴 없이 현역을 지킨 베테랑이었다.
2016년 KBS 성우연기대상에서는 동기이자 오랜 동료인 오세홍 성우와 함께 외화 부문 공로상을 수상하며 무대에 올랐다. 1960~70년대 외화 더빙의 황금기를 함께한 두 사람의 수상은 한국 더빙계에 있어 상징적인 순간으로 기록됐다.
임수아의 필모그래피는 하나의 백과사전이라 할 수 있다. '몬타나 존스'의 아가사 숙모, '루니툰'의 할머니, '마법소녀 리나', '미래소년 코난', '모래요정 바람돌이' 등 수많은 애니메이션 속 '가장 따뜻하고 단단한 목소리'를 책임져왔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외화 더빙으로는 '시네마 천국', '맨 인 블랙 2', '마이너리티 리포트', '빌리 엘리어트' 등의 인물들을 생생하게 살려냈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11호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4일 오전 8시다. 장지는 서울추모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