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4월 28일(월)

실제 사건이었던 '더 글로리' 고데기 학폭... 17년 전 현실은 더 잔혹했다

청주 고데기 학폭 사건, 17년 후에도 여전한 충격


"친구들이 무서워요. 제발 전학 보내주세요".


2006년 5월, 충북 청주의 한 병원에서 여중생 A(3학년) 양은 절망적인 호소를 했다. "지난 20여 일간이 지옥 같았다"는 그녀의 몸 상태는 처참했다.


인사이트MBC


꼬리뼈가 튀어나오고 팔과 다리, 허벅지, 가슴 등에는 화상과 폭행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A양은 한 달 가까이 친구 3명에게 야구방망이와 옷핀, 책, 그리고 고데기로 '화상 고문'을 당하는 등 지속적인 학대를 당하며 생지옥을 경험했다.


당시 뉴시스의 단독보도로 세상에 알려진 이 사건은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17년이 흐른 지금, '청주 고데기 학폭 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를 통해 다시 한번 주목받게 됐다.


인사이트넷플릭스 '더 글로리'


드라마 속 폭력 장면이 실제 사건을 연상케 하며, 현실이 픽션보다 더 잔혹했다는 사실이 재조명된 것이다.


고문으로 변질된 '친구' 관계의 실체


"한 달 가까이 친구들에게 폭행당했어요. 돈을 가져오라고 협박했죠. 그들이 한 짓은 고문이었습니다".


A 양은 수일 간격으로 진행됐던 '고데기 온도 체크'로 인해 상처가 아물 날이 없었다고 증언했다. 더 끔찍한 것은 아물던 딱지를 손톱으로 떼어버리는 '의식' 같은 형벌까지 자행됐다는 점이다.


"죽을 만큼 고통스러웠지만 두 명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팔을 잡아서 도망갈 수도 없었다"는 그녀의 증언은 이 사건의 잔혹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인사이트넷플릭스 '더 글로리'


보도 직후 경찰 수사가 시작됐고, 주범 B양은 구속됐다. 그러나 학교 측은 이 폭력 사태를 알면서도 '자전거 사고'라고 둘러댔으며, 장기간 방치한 책임으로 교사들은 행정처분을 받았다.


교육 당국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근본적인 변화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소년법의 한계와 피해자의 상처


2023년 1월 한 매체의 후속 보도에 따르면, 가해자 B양은 소년법에 따라 가정법원의 보호처분만 받고 전과조차 남지 않았다. 법원은 부모와 보호관찰관의 주기적 점검 정도의 조치만 내렸다. 


정식 재판에 회부되면 형사처벌을 받지만, 소년보호사건으로 넘어가면 형사처벌이 아닌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


인사이트넷플릭스 '더 글로리'


학폭의 현실을 재조명한 '더 글로리'는 세계적인 흥행을 거뒀다. 학폭 피해자가 복수를 한다는 '사이다 결말'이 통했다. 미국 대중문화 전문 매체 디사이더는 "문동은의 복수가 드라마 최고의 장면들"이라고 호평했다.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가해자가 미미한 처벌을 받는 것에 그치는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은 것이다. 


학폭의 현실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2023년 3월부터 2024년 2월까지 전국 초중고 학교폭력 발생 건수는 총 6만 1445건으로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더 글로리'의 흥행이 단지 일시적인 관심으로 그치지 않고, 학교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지속적인 관심과 책임감을 가져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