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8월 31일(일)

"여자로 태어났으면 이대 의대 갈 수 있는데"...올해 수능 도전했다가 좌절한 서울대생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인사이트] 유진선 기자 = "입결표 보니 여자로 태어났으면 이대 의대 갈 수 있네..."


역대급 '불수능'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어려웠던 올해 수능.


그랬던 이번 수능에서 지방대 의대에 갈 수 있을 만큼 높은 성적을 받고도 허탈감을 느꼈다는 서울대생의 글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대생 A씨는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지구환경과학부 18학번이라는 A씨는 군대에 다녀오고 나서 수능에 다시 도전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인사이트온라인 커뮤니티 


서울 토박이였던 그는 군에서 오지 근무를 해 보고 나서야 사람들이 왜 "수도권 생활이 좋다"고 하는지를 체감했다.


하지만 그의 과 특성상 졸업 후 가는 회사들은 대부분 수도권 밖에 위치하고 있었다.


서울에서 사회생활을 하고 싶었던 그는 수능에 다시 도전해 의사나 치과의사, 한의사 등 전문직 라이센스를 따기로 마음먹었다. 


A씨는 이번 수능에서 지방 의대에 갈 수 있을 만큼 높은 성적을 받았다. 아쉽지만 감지덕지하면서 잘 다니려 했던 그의 마음은 같은 과 동기가 작년에 이대 의대로 반수 성공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흔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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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하필이면 내가 받은 성적이 여학생이었으면 (이대 의대) 붙을 만한 점수대더라"라고 한탄했다.


그는 "같은 성적이어도 누구는 남자로 태어나서 지방에서 본과, 예과 6년 넘게 보내야 하는데 다른 누구는 성별이 다르단 이유로 서울 한복판 번화가 신촌에서 6년 넘게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허탈하고 화가 난다"고 적었다.


또 "앞으로 살아가면서 누릴 수 있는 효용의 차이가 어마어마할 텐데 너무 억울하다"고도 했다 .


A씨는 서울 소재 여대에 의대, 치대, 약대, 로스쿨 등 특수 과가 있는 건 특정 성별에 서울 할당제와 라이센스 할당제가 동시에 적용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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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어쨌든 내 수준에선 만족할 만한 성적이라 성적표 받고 많이 좋아했는데 과 동기 얘기 듣고 저렇게 생각하니 우울해서 혼자 술을 세 병 넘게 마셨다"고 했다.


이어 "수능 다시 봤다는 애가 학교 커뮤니티에 글 올리는 것 자체가 염치없지만 도저히 털어놓을 곳이 없어 한번 써 봤다"며 "푸념 들어줘서 고맙다"는 말로 글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