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에서 작가로, 차인표의 문학적 성취
배우 차인표가 신진 작가에게 수여하는 문학상을 수상하며 작가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했습니다. 그가 첫 소설을 발표한 지 16년 만에 이룬 값진 성과입니다.
지난 14일 JTBC에 따르면 시상식에서 차인표는 "제가 웬만하면 안 떠는데 적어 왔어요. 한 번도 수상소감을 적어서 한 적이 없는데"라며 소감을 전했습니다.
1994년 신인 배우상을 받았던 그 순간보다 더 떨리는 경험이었다고 고백했는데요.
차인표는 세 번째 장편소설 '인어사냥'으로 올해 황순원문학상 신진상을 수상했습니다. 이 작품은 영생을 위해 '인어 기름'을 차지하려는 인간의 욕망을 그린 소설로, 문학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수상 소감에서 그는 "16년 전 제가 첫 소설을 발표한 이후 보잘것없는 책장 속에 있던 제 소설을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정말 감사드립니다"라고 진심 어린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33년 차 배우, 16년 차 작가로서의 여정
차인표는 신인 시절부터 톱스타의 삶을 살았지만, 그 바쁜 일정 속에서도 소설가의 꿈을 키워왔습니다. 10년간의 준비 끝에 2009년 위안부 이야기를 다룬 첫 소설 '잘 가요 언덕'을 출간했습니다. 처음에는 작가가 연예인이라는 점만 부각되어 내용이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고 결국 절판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수업 교재로 채택되는 등 뒤늦게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차인표는 16년 동안 꾸준히 글을 써온 결과 이번 성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글쓰기의 어려움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습니다.
"글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뒤통수에서 목소리가 계속 들려요. '니가 해서 뭐해. 넌 잘 쓰지도 못하는데 포기해. 하지 마.' 이겨낼 수 있는 어떤 방법은 단 한 사람의 관객을, 독자를 떠올리는 거예요"라고 말했습니다.
20년째 매일 일기를 쓰고 있는 차인표는 이번 수상이 아직도 믿기지 않지만, 작가로서 조용한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는 "항상 전업 소설가분들에게 좀 죄송하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저를 소개할 때면 '배우 겸' 한번 쉬고 작은 소리로 '소설가, 소설도 씁니다' 이렇게 소개를 했었는데 앞으로는 어디 가든지 자신 있게 '저는 소설가 차인표입니다'라고도 이야기할 수 있게 돼서"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이번 수상작 '인어사냥'은 튀르키예에서도 번역되었으며, 차인표는 다음 달 이스탄불 대학 특강에 나서 이 책을 번역 교재로 공부한 대학원생들을 만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