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17일(수)

심장에도 월요병이 온다... 심정지 환자 월요일·공휴일 더 많아

월요일과 명절에 심정지 위험 높아진다


우리나라에서 심정지 환자는 월요일과 일요일, 그리고 명절·공휴일에 특히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주말 동안의 늦잠과 과도한 음주로 생활 리듬이 흐트러지고, 명절 기간에는 장거리 이동과 스트레스가 겹치면서 심장에 큰 부담이 가중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15일 부산대·서울대 공동 연구진이 질병관리청 데이터를 기반으로 2015~2019년 전국 '병원 밖 심정지'(OHCA) 사례 8만 9164건을 분석한 결과, 기준일인 수요일과 비교해 월요일에는 심정지 발생 위험이 1.90%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연구진은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깨진 약속 이론'을 가설로 제시했는데요.


이 이론에 따르면, 주말과 같이 한 주기가 끝날 때 사람들은 새로운 시작에 대한 희망으로 심리적·생리적 위기를 일시적으로 억제할 수 있지만, 월요일처럼 새로운 주기가 시작됐을 때 기대했던 변화가 일어나지 않으면 실망감과 절망감이 커져 정신적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심장질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합니다. 이른바 '월요병'처럼 주말에 이완된 신체 리듬이 출근과 함께 스트레스와 긴장 상태로 급격하게 전환되면서 심정지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22일 오전 대구 달서구 테마파크 이월드 83타워 식당가에서 가스폭발에 의한 대형화재 발생 상황을 가정해 실시된 '2022 안전한국훈련-긴급구조 종합훈련'에 투입된 119구조대가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다. 대구 달서구청·달서소방서 공동 주관으로 열린 이날 훈련에는 이월드 자위소방대·소방·경찰·구청·보건소·민간병원 등 16개 단체, 인원 260여 명과 장비 17대가 동원됐다. 2022.11.22/뉴스1


명절과 공휴일, 심정지 위험 최대 9.6% 증가


일요일 역시 기준일 대비 심정지 발생 위험이 1.50%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는 주말의 과도한 활동이나 다음 주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됩니다.


주요 공휴일과 명절에도 심정지 위험이 크게 증가했는데요. 기준일과 비교해 크리스마스에는 9.6%, 설날에는 8.2%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명절 기간 생활 패턴의 변화가 심장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연구진은 공휴일과 명절에 심정지 위험이 높아지는 현상을 '휴일 심장 증후군'으로 설명했습니다. 이는 공휴일과 명절에 과도한 음주로 인해 부정맥이 유발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또한 과식, 불규칙한 수면, 장거리 이동, 가족 간 갈등에 따른 정신적·신체적 부담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심정지 위험을 높인다고 합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인사이트


고령자와 농촌 지역 심정지 발생률 높아


논문에 따르면 병원 밖 심정지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173.83명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고령자와 남성, 농촌 거주자에게서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연령별로는 65세 이상 고령층의 심정지 발생률이 인구 10만 명당 784.18명으로, 0~64세 연령층의 69.86명에 비해 약 11배 이상 높았습니다.


성별로는 인구 10만 명당 남성이 220.25명, 여성이 127.56명을 기록했습니다.


심정지 사례의 절대적인 수는 도시 지역이 많았지만, 인구 대비 발생률은 농촌 지역이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농촌 지역의 심정지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278.67명으로, 도시 지역의 163.25명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연구진은 이에 대해 농촌 지역의 인구 구조적 특성과 응급 의료 접근성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습니다.


연령에 따른 요일별 심정지 발생 비율.(BMJ Open 제공)/뉴스1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심정지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심리적 요인에 대한 역학적 근거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면서 "고위험 시기에 맞춰 응급의료체계를 강화하고, 심정지 예방 교육과 캠페인을 집중적으로 시행하는 등 맞춤형 공중보건전략을 수립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이번 논문은 심정지의 근본 원인이 될 수 있는 개인의 건강 습관이나 스트레스 수준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해 인과관계를 명확히 밝히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이번 논문은 국제학술지 '영국의학저널오픈'(BMJ Open) 최신호에 발표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