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7월 28일(월)

소비쿠폰으로 '연초담배' 사자 뒤늦게 판매제한 요청한 정부... "흡연지원금이냐"

담배 사재기로 변질된 소비쿠폰... 취지 크게 흔들려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발행한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현장에서 담배 사재기 수단으로 변질되며 정책 취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애초 내수 활성화를 기대했던 소비쿠폰이 담배 구매에 집중되면서 실질적인 소비 진작 효과는 거의 없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편의점 점주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쿠폰으로 담배 4보루를 한 번에 사갔다", "식품이나 생필품보다 담배 매출만 늘었다"는 후기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


담배는 편의점 매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효자 품목이지만, 마진율이 5% 수준으로 낮아 점주들에게 남는 이익은 미미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4500원짜리 담배 한 갑을 팔아도 점주가 손에 쥐는 건 200원 남짓"이라며 "쿠폰이 담배 판매로 몰리면 유통업계 전반의 활력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A씨는 "쿠폰 지급 첫날부터 어르신들이 두세 보루씩 담배를 싹쓸이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재난지원금 때와 똑같은 분위기라 술·담배 발주를 더 넣어야 할지 고민된다"고 전했습니다.


정부, 뒤늦은 '판매 자제' 요청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부랴부랴 담배 판매 자제를 요청했지만 이미 상당수 쿠폰이 담배 구매에 사용된 뒤라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행정안전부는 최근 한국편의점산업협회 및 주요 편의점업체 임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민생회복 소비쿠폰 취지에 어긋나는 특정 품목 판매를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정책 설계 단계의 허술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꼬집습니다. 한 시민은 "쿠폰 사용처에 대한 간단한 시뮬레이션만 했어도 담배나 주류 같은 고정 소비 품목은 제한했을 것"이라며 "사후약방문식 대응으로는 정책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비판해 공감을 샀습니다. 


코로나 지원금 당시와 판박이


이번 현상은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담배 매출이 급증했던 사례와 겹칩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차 재난지원금이 지급된 2020년 5∼8월 담배 판매량은 12억 5000만 갑으로 전년 동기 대비 4% 늘었습니다. 당시에도 ‘재난지원금으로 담배부터 산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이번 소비쿠폰 정책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셈입니다.


담배는 보관이나 재고 관리가 간편해 '담배깡'으로 현금화하기도 쉬운 품목입니다. 일부 구매자들이 쿠폰으로 담배를 쓸어 담고 다시 되파는 방식으로 현금을 확보하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소비 진작 효과 전무... 근본 대책 필요"


일부 시민은 "흡연지원금이냐", "이럴 거면 차라리 현금을 주는 게 낫다"며 불만을 쏟아냈습니다. 


경제 전문가들도 담배와 같이 고정 수요가 있는 품목에 쿠폰이 집중되면 내수 진작 효과는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고 분석합니다. 소비쿠폰의 본래 목적은 새로운 소비를 유도해 내수를 활성화하는 것인데, 담배처럼 기존 수요가 확실한 품목에 쓰이면 정책 효과는 무력화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다음 소비쿠폰 발행 시 외식, 전통시장, 소상공인 매장 등 실질적으로 소비 파급 효과가 큰 업종을 중심으로 사용처를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한 전문가는 "정부가 단순히 '돈을 푸는 것'에서 벗어나 소비 행태를 분석하고 맞춤형 지원책을 세워야 정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