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턴트커피, 황반변성 위험 높여
인스턴트커피를 즐겨 마시는 사람들에게 주의가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지난 17일(현지 시간) 의학 전문 매체 뉴스 메디컬넷에 따르면 최근 국제 학술지 'Food Science & Nutrition(식품과학과 영양)'에는 인스턴트커피 섭취가 노년층 시력 상실의 주요 원인인 연령 관련 황반변성(AMD) 위험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중국 후베이 의과대학 타이허병원 안과 전문의 치지아 박사와 후베이 중의약대학교 중의학대학 자지젠 박사 과정 연구원이 이끄는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50만 명 이상의 유전자 데이터를 분석하여 커피 섭취(인스턴트, 분쇄 원두, 디카페인)와 황반변성 위험 사이의 인과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인스턴트커피 섭취량이 증가할수록 건성 황반변성 위험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인스턴트커피 섭취량이 표준편차 1만큼 증가할 때마다 건성 황반변성 위험이 7.92배나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위험 증가가 인스턴트커피에만 국한된다는 사실이다.
연구에서 분쇄 커피와 디카페인 커피는 황반변성 위험과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다. 이는 인스턴트커피의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특정 화학물질이나 첨가물이 문제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황반변성, 전 세계 노년층 시력 상실의 주요 원인
연령 관련 황반변성(AMD)은 황반 손상으로 인해 시력이 점진적으로 악화되는 안과 질환이다.
2020년 기준 전 세계 노인의 8.7%(2020년 기준 약 1억 9,600만 명)가 이 질환을 앓고 있으며, 인구 고령화로 인해 2040년까지 약 2억 4천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황반변성은 크게 습성과 건성으로 구분되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인스턴트커피가 특히 건성 황반변성 위험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성 황반변성은 황반 조직이 얇아지고 노폐물이 쌓이면서 발생하며, 현재까지 효과적인 치료법이 제한적이다.
전문가들은 황반변성이 일단 발생하면 완전히 치료하기 어렵기 때문에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식이 보충제와 레이저 치료 등으로 진행 속도를 늦출 수는 있지만, 이미 손상된 시력을 회복하기는 어렵다.
연구진은 인스턴트커피가 황반변성 위험을 높이는 정확한 메커니즘은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인스턴트커피의 제조 과정에서 생성되는 특정 물질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인스턴트커피는 신선한 커피를 추출한 후 탈수 및 재구성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아크릴아마이드, 산화 지질 등 신선한 커피에는 없는 화합물이 생성될 수 있다. 이러한 화합물들이 황반 조직에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하거나 염증 반응을 촉진해 황반변성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황반변성 초기 환자나 유전적 소인이 있는 사람들에게 인스턴트커피 섭취를 줄이고 신선한 커피로 대체할 것을 권고했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주로 유럽 인구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다른 인종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