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우승이 확정된 순간 아버지를 향해 달려가 끌어안고 엉엉 울었다. 유럽 무대 진출 15시즌 동안 "항상 꿈꿔왔던 순간"을 마침내 이뤄낸 주인공이다.
평소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던 그가 드물게 온 마음을 내보인 상대는 다름 아닌 아버지 손웅정씨였다.
22일(한국시간) 손흥민은 스페인 빌바오 산 마메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2025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결승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1-0으로 꺾고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와 함께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금메달을 제외하고 프로 데뷔 이후 그의 첫 우승이다.
손흥민에게 우승은 늘 갈망하던 목표였다. 경기 후 태극기를 몸에 두른 채 외신 인터뷰에서 그는 "지난 1주일 동안 매일 밤 이번 경기에 관한 꿈을 꿨다. 항상 같은 장면, 같은 꿈이었다"며 간절했던 마음을 솔직히 털어놨다.
이어 "항상 꿈꿔왔던 순간이 현실이 됐다. 지난 17년 동안 아무도 못 해낸 것을 해냈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인 것 같다"며 오랜 갈증을 해소한 기쁨을 마음껏 표현했다.
동료, 팬들과 우승의 기쁨을 만끽한 손흥민은 아버지의 품에 안겨 눈물을 터뜨리기도 했다.
손웅정씨는 과거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손흥민은 월드클래스가 아니"라고 말했지만, 이날만큼은 아들의 성취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손흥민은 감격에 찬 목소리로 "오늘만큼은 저도 토트넘의 레전드라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오늘만큼은'이라며 또다시 겸손을 보였으나, 손흥민이 스스로를 '레전드'라고 표현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공동취재구역(믹스존)을 나가면서도 소리를 지르며 기쁨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승까지의 여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토트넘이 이번 시즌 내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주장으로서 손흥민의 압박감은 컸다. 최근에는 부상으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고, 기량이 예전 같지 않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그는 "감독님이 많은 압박과 비판을 받았고 저 역시 주장으로서 어려운 시기를 함께 겪었다. 우승에 대한 부담감도 크게 느꼈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손흥민은 팀을 위해 긍정적인 리더십을 발휘했다.
손흥민은 "항상 긍정적으로 이야기하려고 노력했다. 시즌 전체를 보면 힘든 순간도 있기 마련이지만 우리는 선수들끼리 똘똘 뭉쳐있었다. 이런 훌륭한 선수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게 운이 좋았다. 그래서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손흥민의 도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토트넘은 유로파리그 우승으로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무대에 설 자격을 얻었다.
손흥민은 "챔피언스리그는 세계 최고의 팀들과 겨룰 수 있는 무대라서 기대된다. 다시 한 번 도전할 수 있어서 기쁘다"며 새로운 목표를 향한 의지를 드러냈다.
자신의 모든 순간을 함께하며 응원해준 한국 팬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한국인으로서 정말 자랑스럽다. 한국시각으로 새벽 4시부터 가족처럼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다"라는 말로 고국 팬들을 향한 애정을 표현했다.
유럽 무대 15년 만에 이룬 첫 우승, 손흥민의 감격의 눈물은 그동안의 인내와 노력이 만들어낸 결실이었다. 토트넘의 레전드로 우뚝 선 그의 새로운 도전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