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생리대 전 제품에서 미세플라스틱 검출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생리대 29종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유기농'을 표방한 제품들도 예외가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지난 4일 성균관대학교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 박천권 교수 연구팀은 국내 유통 중인 국산 20종, 유럽산 9종 등 총 29종의 생리대를 대상으로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미세플라스틱 ▲세포독성 평가 등 안전성 평가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연구 결과, 모든 제품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으며, 제품 1개당 최소 6개에서 최대 115개까지 검출됐습니다.
같은 조건에서 미세플라스틱을 측정했을 때 천일염 10g에서는 10~30개, 물티슈 10개에서는 30~100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미세플라스틱은 5mm 이하 크기의 플라스틱 입자로, 자연 분해가 되지 않아 인체에 축적될 경우 염증 유발, 조직 및 기관 손상, 대사 장애, 생식 및 발달 독성 등 다양한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생리대는 민감한 부위에 장시간 밀착되는 제품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29종 중 28종에서는 휘발성유기화합물, VOCs로 분류되는 톨루엔이 생리대 1개당 0.09~2.79μg 수준으로 검출됐는데요, 이는 기존 산업 안전 기준치(37mg·m⁻³)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피부 흡수 특성, 장기간 사용 환경 등을 고려했을 때 보다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
유기농 생리대도 안전하지 않다?
세포독성 실험에서도 22종에서 세포 생존율이 80% 미만으로 측정돼 세포독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보통 대조군에 비해 세포 성장이 80% 이하일 때 세포독성이 있다고 판단하는데 이 기준을 벗어난 것입니다.
'유기농'이라는 이름으로 더 안전할 것이라 기대했던 제품들도 안전지대가 아니었습니다.
연구에 포함된 유기농 생리대 20종 중 14종에서 세포독성이 확인됐습니다.
연구팀은 "제품에 적용되는 소재뿐만 아니라 제조 공정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의 종류와 처리 방식이 최종 제품의 독성 수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한양대 피부과 김정수 교수는 채널A에 "미세플라스틱이 피부에 자극을 주거나 흡수돼 전신적으로 작용한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면서도 "안전성 검증을 위한 기술과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치약이나 치아미백제 등에는 미세플라스틱 규제가 있지만, 생리대에는 별도의 규제가 없는 상황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관련 연구 축적과 함께 해외 규제 현황 등을 살펴본 뒤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연구는 성균관대학교, 하와이대학교, 충북대학교의 연구진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로 환경과학분야 국제 학술지인 '저널 오브 해저더스 머터리얼즈(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