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폭행에 정신의료기관 보호사 사망
정신의료기관에서 근무하던 보호사가 환자의 폭행으로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JTBC '사건반장'을 통해 지난 4일 보도된 이 사건은 의료진의 안전과 환자 인권 보호 사이의 균형에 대한 심각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일 오전 8시 5분께 경기도의 한 정신의료기관에서 보호사 A씨는 병실 밖에서 통화 중이던 환자에게 "투약 시간이니 병실로 들어가라"고 안내했습니다.
JTBC 사건반장
환자는 순순히 응하는 듯했으나, 갑자기 병실에서 뛰쳐나와 A씨에게 박치기를 한 후 쓰러진 A씨를 무차별적으로 발로 차고 짓밟았습니다.
약 30초간 이어진 이 폭행으로 A씨는 의식을 잃고 쓰러졌으며, 결국 다음날 사망했습니다.
피해자의 아들인 제보자에 따르면, 병원에 도착했을 때 A씨는 얼굴이 심하게 부어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고, 안면 골절로 자가호흡이 어려운 상태였다고 합니다.
의료진은 A씨의 부상이 "사람이 이렇게 만들 수 없을 정도"로 심각했으며, 마치 교통사고를 당한 수준이었다고 전했습니다.
가해 환자는 폭행 혐의로 긴급 체포된 이후 중상해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됐는데, A씨가 사망하면서 상해치사 혐의로 지난 3일 검찰에 구속 송치됐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그는 "약을 받고 있을 때 (피해자가) 전화하지 말라고 한 것에 화가 나 폭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가해 환자의 과거와 병원 측 대응
가해 환자는 조현병과 조울증으로 지난달 28일 해당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주목할 점은 이 환자가 과거 다른 병원에서도 직원을 구타한 이력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병원 측은 이러한 정보를 알고 있었기에 집중 관리가 가능한 안정실에서 치료를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입원 당시와 외부 진료 시에도 환자는 폭력성을 보이지 않고 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합니다. 병원 관계자는 "다른 병원에서 직원을 때려 손을 다친 것으로 보여 '왜 그랬냐, 앞으로는 그러지 말라'고 얘기했는데, 그땐 굉장히 차분하게 대화했다"고 전했습니다.
제도적 한계와 인력 문제
이번 사건은 정신의료기관의 안전 관리 체계와 관련 법규의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제보자는 병원 측이 환자의 과거 폭력 이력을 알고 있었음에도 선제적 대응이 미흡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미 다른 병원에서도 직원을 폭행한 일 때문에 해당 병원으로 오게 된 만큼 애초에 그 환자가 직원들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강박이나 격리 등의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에 대해 병원 측은 정신건강복지법상 환자에게서 뚜렷한 폭력성이 보이지 않은 상태에서는 강박이나 격리를 할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현행법에 따르면 '환자가 자신이나 타인을 위험에 이르게 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만 신체적 제한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병원 측은 인력 부족 문제는 아니었다고 주장하며, "현재 246명의 입원 환자들이 있고, 전문의는 5명, 간호사는 16명 등이 돌아가며 일을 하고 있다"며 "입원 환자 60명당 전문의 1명을 둬야 하는 규칙에 비해서도 충분한 인력이 있는 것에 해당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의료진 안전과 환자 인권 사이의 딜레마
이번 사건은 정신의료기관에서 의료진의 안전과 환자의 인권 보호 사이에 존재하는 근본적인 딜레마를 보여줍니다.
제보자는 "환자 인권 때문에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야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건 결국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 불과하다"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병원 측은 "향후 유사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신의료기관 종사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이번 사건이 특정 병원의 문제가 아닌 정신의료 시스템 전반의 구조적 문제임을 시사합니다.
한편, 제보자는 부검과 장례 절차를 마치는 대로 변호사를 선임해 가해 환자뿐 아니라 병원 측의 과실 여부도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