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6월 17일(화)

"제주 바다에 역한 비린내 진동해요"... 관광객들 헛구역질 유발하는 중국발 불청객 '이것'

먹지도 못하는 해조류가 바다 덮었다


제주 바다가 다시 '검붉은 불청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제주시 조천읍 신흥리와 한경면 판포포구 등지 해안이 괭생이모자반으로 가득 뒤덮였다. 파래 등 다른 해조류와 뒤섞인 이 녹·갈색 해조류는 밀물 때마다 해변으로 밀려들며 아름다운 풍경은커녕 비릿한 악취만 남기고 있다.


관광객들은 해변에 들어서기도 전에 코를 막고 고개를 돌렸다. "사진 찍으러 왔다가 해조류 구경만 실컷 하고 간다"는 하소연이 나올 정도다.


선박·양식장 피해까지...중국발 추정, 매년 1만t 이상 밀려와


인사이트2021년 제주 해변 뒤덮은 굉생이모자반 / 뉴스1


괭생이모자반은 주로 중국 남부 해안에서 발생하는 해조류다. 봄철 수온이 상승하면서 동중국해 연안에서 떨어져 나온 괭생이모자반은 구로시오 난류를 타고 북상, 대마난류를 따라 제주도와 전남 연안에까지 유입된다.


국립수산과학원은 2015년 유입된 모자반의 유전자가 동중국해에서 기원한 것과 일치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2015년 즈음 중국이 해양경제 활성화를 위해 바다숲 조성과 생태 복원을 명목으로 괭생이모자반을 대규모로 이식한 점도 그 기원에 힘을 싣는다.


문제는 이 괭생이모자반이 단순한 '눈살 찌푸림'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 최대 길이 5m까지 자라는 이 해조류는 양식장 시설에 엉켜 어업 활동을 방해하고, 선박 스크루에 감겨 운항 자체를 어렵게 만든다. 어민들뿐만 아니라 바다체험 관광에 나선 이들까지 위협을 받는 상황이다.


더구나 제주 토속음식 '몸국'에 들어가는 참모자반과 달리, 괭생이모자반은 삶아도 부드러워지지 않아 식용으로도 활용할 수 없다.


인사이트2021년 제주 해변 뒤덮은 굉생이모자반 / 뉴스1


퇴비로 쓰거나 태우거나...올해만 벌써 70t


제주도는 해마다 3월부터 6월까지 이 해조류와의 전쟁을 치른다. 2019년 860t, 2020년 5181t, 2021년에는 무려 9755t을 수거했지만, 2022년부터는 연간 500t 안팎으로 줄어든 상태다.


올해는 벌써 2월까지 약 50t을 수거했고, 지난달 17일에는 제주시 이호해수욕장 일대에 미역류로 추정되는 해조류가 무더기로 밀려들어 20t을 긴급 수거하기도 했다.


수거한 해조류는 퇴비로 활용하거나 소각 처리된다. 2021년에는 대부분 농가에 무상 공급됐지만, 최근 수거량이 줄면서 소각 처리량이 더 많아진 상황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강풍 영향으로 많은 양이 한꺼번에 밀려들고 있다"며 "올해는 이례적으로 1월부터 유입이 시작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