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6월 17일(화)

독주하는 강남권 아파트, 월급 74년 모아야 산다... 서울에서도 '양극화'

강남만 오른다...서울 안에서도 벌어진 '가격 양극화'


서울 강남권 아파트 가격이 최근 3년간 꾸준히 오르며, 비강남권 및 전국 평균 아파트 가격과의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규제 완화 흐름 속에서도 강남은 독주했고, 다른 지역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3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아파트의 평균 가격은 2022년 5월 26억2000만원에서 지난달 30억9000만원으로 18% 상승했다. 


압구정현대아파트 / 뉴스1압구정현대아파트 / 뉴스1


같은 기간 서울 비강남권 아파트는 11억6000만원에서 10억7000만원으로 약 7% 하락했고, 전국 평균도 5억6000만원에서 5억2000만원으로 8% 줄었다.


이로 인해 강남과 비강남권의 가격 격차는 더 커졌다. 2022년 5월 기준 2.3배였던 평균 가격 차이는 올해 4월 기준 2.9배로 확대됐다.


재건축 기대감·현금 부자 수요...'강남 불패' 지속


전문가들은 강남권 가격 상승의 배경으로 '입지 희소성'과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 그리고 '자산가 중심 수요'를 꼽는다. 교육, 교통, 의료·상업 등 핵심 인프라를 두루 갖춘 강남은 신규 공급이 제한적이고, 투자 가치가 높은 노후 단지를 중심으로 상승 압력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뉴스1 뉴스1 


특히 금리 인상기와 경기 둔화에도 강남 아파트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자산 여력이 충분한 고소득층이 여전히 매입에 나서면서, 다른 지역의 가격 하락과는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실수요층은 물론 고가 자산 이전 수단으로서의 역할도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강남 아파트는 희소성과 상징성, 그리고 자산 보존 수단으로서의 기능까지 갖춘 일종의 '한정판'"이라며 "공급은 줄고, 수요는 유지되거나 오히려 늘고 있어 당분간 가격 상승 기조가 꺾이긴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남 30평' 사려면 74년...구조적 불균형 현실화


이번 조사에서는 평균 노동자가 강남 30평형 아파트를 사기 위해서는 74년간 한 푼도 쓰지 않고 소득을 저축해야 한다는 결과도 나왔다. 실수요자가 접근할 수 없는 가격 수준이 된 것이다.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 전경 / 래미안 원베일리 홈페이지반포 래미안 원베일리 전경 / 래미안 원베일리 홈페이지


경실련은 "강남권의 가격 독주는 주거 불평등 심화를 상징하는 지표"라며 "공공 주택 확대, 고가주택에 대한 보유세 정상화, 재건축 특혜 차단 등 강남 독식을 막기 위한 정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서울 안에서도 벌어지는 부동산 양극화는 이제 단순한 가격 차이의 문제가 아니다. 구조적 불균형이 고착되며 계층 간 이동 가능성을 제약하고 있다는 점에서, 강남 아파트는 그 자체로 한국 사회의 고질적 자산 불평등을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