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6월 17일(화)

한국 '농인 성소수자' 단체, 콜드플레이 내한 공연 속 '게이·레즈비언' 통역에 반발... 이유 봤더니

한국 농인 LGBT+, 수어 통역사들의 '호모포비' 사인 사용에 문제 제기


한국 농인 성소수자(LGBT) 단체가 최근 내한 공연을 진행한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의 공연 과정에서 사용된 수어 표현에 유감을 표하는 동시에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지난달 29일 한국농인LGBT+는 공식 SNS 계정을 통해 콜드플레이 서울 콘서트 통역사의 호모포비 사인 사용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고 밝혔다.


농인 관람객들을 위해 콜드플레이 공연장에 함께한 수어 통역사가 성소수자 혐오 표현인 '호모포비' 사인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단체는 "수어통역 과정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적이고 차별적인 수어 표현이 사용된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인사이트Facebook '한국농인LGBT+'


그러면서 이들은 "수어통역사 A는 크리스 마틴의 발언을 통역하는 과정에서 '게이'와 '레즈비언'을 각각 남성과 남성, 여성과 여성 간의 성행위로 묘사하는 수어로 표현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농인LGBT+는 이 표현이 성소수자의 정체성을 왜곡하고 모욕하는, 명백한 '혐오수어'라고 규정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수어통역사 B씨에 대한 지적도 제기했다. 이들은 "B 수어통역사는 과거 성소수자 행사에서 수어통역을 맡았던 경험이 있음에도 이번 공연에서 사용된 혐오수어를 방관하며 이를 바로잡으려 노력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Instagram 'coldplay'Instagram 'coldplay'


이들은 B 수어통역사의 이 같은 행동이 성소수자 당사자 앞에서는 대안수어를 사용하며 포용적인 척하지만, 농인 성소수자가 없을 것 같은 곳에서는 노골적으로 혐오수어를 사용하는 통역사들의 이중적이고 차별적인 태도를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단체는 "콜드플레이가 전하고자 한 '모든 사람을 환영한다'는 메시지가 농인성소수자에게도 진심으로 닿기를 바란다"며 콜드플레이 측에 다음과 같은 요구를 했다.


인사이트Instagram 'coldplay'


이들은 '내한공연 중 발생한 성소수자 혐오수어 사용 문제를 인지하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할 것', '향후 콜드플레이 공연에서 수어를 포함한 모든 언어적·비언어적 통역 체계에 성소수자 인권 감수성을 반영하는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 '농인 관객과 농인성소수자 관객 모두의 접근권 및 표현권 보장을 위해 수어통역 준비 과정에서 농인 및 성소수자 당사자와 협력할 것', '이번 사안에 대해 책임자의 공식 사과와 후속 조치 계획을 투명하게 공유할 것' 등을 요구했다.


한편 콜드플레이는 이번 내한 공연에 농인 30명을 초대했고, 이들을 위한 특별 구역까지 마련했다.


콘서트에 초대받은 농인들은 입는 즉시 신체에 전해지는 진동으로 공연의 리듬을 느낄 수 있는 '웨어러블 조끼'를 제공받아 콘서트의 감동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