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6월 17일(화)

유심 해킹 사태에 약올리듯 마케팅하는 KT·LGU+ 대리점들... 시민들 "신났냐?"

유심 해킹 불안감 노린 '번호이동 유도' 행태 확산


SK텔레콤의 유심 정보 유출 사태를 두고 경쟁 통신사 일부 대리점들이 이를 노골적으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3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일부 KT·LG유플러스 대리점들이 SK텔레콤의 해킹 사고를 직접 거론하며 자사로의 번호이동을 유도하는 방식의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온라인에는 'SK 해킹'이라는 대형 입간판을 매장 앞에 세워 고객을 유인한 한 KT 대리점 사진이 공유되며 논란이 커졌다. 또 다른 KT 대리점은 블로그를 통해 "SK텔레콤 고객 대상 유심 무상 교체 매장"이라고 홍보하며, "유심 교체를 하지 못한 고객이 KT로 이동하면 무료 교체를 진행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28일 SKT 유심 교체를 위해 줄을 길게 늘어선 모습 / 뉴스128일 SKT 유심 교체를 위해 줄을 길게 늘어선 모습 / 뉴스1


LG유플러스의 일부 대리점도 마찬가지다. 한 매장은 "유심 수급 지연 시 추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 피해 사례도 발생 중"이라며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내세워 불안감을 자극했다. 일각에서는 명백한 허위사실을 근거로 고객을 유인하는 '공포 마케팅'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 가입자 이탈 본격화...경쟁사 유치경쟁 과열


이 같은 행태를 두고 유심 해킹 여파로 불안감이 커진 SK텔레콤 고객의 이탈 수요를 선점하려는 게 비판이 나온다. 특히 SK텔레콤이 사건 직후 대처에 미흡했다는 여론이 번지며 번호이동 수요가 실제 수치로도 드러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계에 따르면, 이달 28일 기준 SK텔레콤은 번호이동으로 2만5403명의 순감(가입자 감소)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65.2%에 해당하는 1만6570명이 KT로 이동했고, 8833명은 LG유플러스로 넘어갔다.


인사이트뉴스1


기존 평일 기준으로 하루 100~200명 수준이던 번호이동 수치에 비하면 매우 이례적인 수치다.


본사 "지침 아니다...일부 대리점 일탈" 선 긋기


KT와 LG유플러스 본사 측은 이 같은 마케팅이 공식 지침이 아닌 개별 대리점의 자의적 판단이라며 선을 그었다.


KT 측은 "해당 홍보물은 극소수 대리점이 제작한 것으로 파악되며, 본사 차원에서 현장 대리점에 주의 공문을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 측도 "일부 과도한 영업 방식으로 인해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자체 제작물에 대한 모니터링과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이런 상황에서는 자사의 보안 시스템을 강화하는 데 힘쓰는 게 맞는 거 아니냐", "KT, LGU+는 문제 없었는 줄 아느냐" 등의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