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초코파이, 베트남 국민 간식으로 자리매김
호찌민의 거리를 걷다 보면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과자가 있다.
바로 한국 오리온의 '초코파이'다.
베트남 편의점과 마트의 과자 코너에서 항상 눈에 띄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이 제품은 현지에서 어느새 국민 간식으로 자리잡았다.
더 놀라운 것은 많은 현지인들이 이 과자를 '베트남 과자'로 여긴다는 점이다.
베트남에서 오리온의 초코파이는 단순한 수입 간식이 아니다. 베트남 파이 시장에서 60%가 넘는 압도적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현지인들의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이제는 명절 선물세트의 단골 품목이 되었으며, 결혼식 답례품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오리온의 2023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동남아시아 시장 중 베트남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했으며, 2022년 베트남에서만 약 2,0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는 오리온의 해외 시장 중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이다.
현지화로 위기를 기회로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출처=오리온 홈페이지
2006년 베트남 진출 당시, 오리온은 여러 난관에 부딪혔다.
초기에는 한국 제품 그대로 수출하는 방식으로 시작했지만, 현지 소비자의 반응은 예상보다 미온적이었다.
오리온은 과감히 방향을 전환했다.
하노이(2008년)와 호찌민(2009년) 인근에 현지 공장을 세우고, 베트남인의 입맛에 맞게 제품을 재구성했다.
당도를 약간 낮추고, 식감을 더 부드럽게 만들었다.
더 중요한 것은 가격 전략이었다.
오리온은 베트남 중산층과 서민들도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는 가격대를 유지했다.
공식 자료에 따르면, 오리온은 베트남에서 6,000명 이상의 현지 직원을 고용하고 있으며, 현지 채용 비율은 95%를 넘는다. 이러한 고용 창출은 베트남 사회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
문화적 공감대로 소비자 마음 사로잡아
오리온이 베트남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또 다른 비결은 문화적 코드에 있다.
출처=오리온 베트남
베트남과 한국은 가족 중심적 문화, 정(情)을 중시하는 정서적 유사성이 있다.
오리온은 이 점을 놓치지 않았다.
특히 명절 시즌에 선보인 '초코파이 선물세트'는 큰 호응을 얻었다.
"마음을 전하는 초코파이"라는 광고 메시지는 베트남인의 감성을 정확히 자극했다.
베트남의 뗏(Tet) 명절을 앞두고 출시된 한정판 디자인은 매년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베트남 소비자들은 초코파이를 단순한 간식이 아닌 '선물용 제품'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한국에서의 초코파이 이미지와는 다소 차이가 있는 부분이다.
촘촘한 유통망으로 전국 시장 장악
오리온의 또 다른 성공 요인은 촘촘한 유통망 구축이다.
호치민 현지 마트 오리온 제품 / 사진=인사이트
베트남의 주요 도시뿐 아니라 농촌 지역까지 제품이 닿을 수 있도록 했다.
현지 유통업계 자료에 따르면, 오리온 제품은 베트남 전역 20만 개 이상의 판매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 편의점 체인과의 협력, 전통 시장 판매망 구축, 그리고 최근에는 쇼피(Shopee), 라자다(Lazada) 등 온라인 쇼핑몰과의 협업까지 다양한 채널을 통해 베트남 전역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특히 농촌 지역에서는 소포장 제품을 저렴하게 공급해 접근성을 높였다. 이는 베트남의 소매 시장 특성을 정확히 파악한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K-푸드의 선봉장, 동남아 시장 확장
오리온은 초코파이의 성공을 발판으로 제품군을 확장하고 있다.
호치민 롯데마트 / 사진=인사이트
공식 발표에 따르면, '고래밥', '포카칩', '마켓오' 등 다양한 제품이 베트남 시장에 론칭되어 점진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초코파이로 쌓은 브랜드 신뢰도가 다른 제품의 성공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베트남을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하고 있다.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은 캄보디아, 라오스 등 인근 국가로도 수출되고 있으며, 2023년부터는 미얀마 시장 진출도 본격화했다.
오리온 그룹의 공식 사업계획에 따르면, 향후 5년간 베트남 내 생산설비 확충과 추가 투자를 통해 동남아시아 지역의 주요 생산기지로서의 역할을 강화할 예정이다.
간식을 넘어 문화 현상이 된 초코파이
이제 베트남에서 오리온의 초코파이는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문화적 현상이 되었다. 베트남 소비자 조사기관의 설문에 따르면, 베트남 소비자들 사이에서 초코파이를 '친숙한 간식'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일부 소비자들은 이를 '베트남 제품'으로 오해하고 있다.
오리온 설(Tet) 선물세트 / 출처=오리온 베트남
최근 들어 K-드라마와 K-팝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초코파이를 비롯한 한국 식품에 대한 관심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한류와 함께 K-푸드가 베트남 젊은이들의 라이프스타일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모습이다.
오리온의 베트남 성공 사례는 해외 시장 진출을 꿈꾸는 한국 기업들에게 중요한 교훈을 준다.
제품의 현지화, 문화적 코드의 이해, 그리고 꾸준한 투자와 인내. 이 세 가지가 어우러질 때, 국경을 넘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음을 오리온은 증명하고 있다.
베트남 시장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오리온은 이제 동남아시아 전체를 아우르는 글로벌 식품 기업으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 성공 모델
오리온의 베트남 성공 사례는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 모범 사례로 꼽힌다.
호치민 시내
한국무역협회의 분석에 따르면, 오리온은 현지화 전략과 장기적 투자를 통해 베트남 시장에서 안정적인 성장을 이루어냈다. 특히 현지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맞춘 제품과 마케팅 전략을 구사한 점이 주효했다.
베트남 경제 전문가들은 오리온의 성공이 단순히 제품의 품질이나 가격 경쟁력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현지 문화와 정서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했다고 평가한다. 이는 해외 시장에 진출하려는 다른 한국 기업들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또한 오리온은 베트남에서의 사회공헌 활동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지역 학교 지원 프로그램, 환경 보호 캠페인, 취약계층 지원 등 다양한 CSR 활동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으며, 이는 현지에서 기업 이미지를 더욱 긍정적으로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