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 해돋이 마을에 설치된 안심부스 / 뉴스1
[인사이트] 강지원 기자 = 위급 상황에 급히 몸을 피하고 구조를 요청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안심부스'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안심부스는 지난 2010년 여중생을 납치 살해한 '김길태 사건'을 계기로 전국 각지에 설치됐다. 법무부와 경찰, 지자체 등이 설치 작업에 직접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심부스는 누군가에게 쫓기는 위험한 상황에서 피해자가 부스 안으로 들어가 빨간색 버튼을 누르면 안에서 문이 잠긴다.
부스 안에서 해제 버튼을 따로 눌러야 열리고 밖에서는 열 수 없는 구조다.
평상으로 막혀있는 안심부스 출입문과 관리안된 포스터 모습 /뉴스1
버튼을 누르는 순간 문이 닫힘과 동시에 사이렌이 울리고 112 긴급경보를 통해 경찰에 신고가 가는 방식이다.
그러나 위험한 어두운 골목길이나 치안이 취약한 지역에 설치하겠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유동인구가 60만명이 넘는 도로 한가운데 설치된 안심부스도 있다.
심지어 비상벨을 눌렀는데도 경고등이 작동하지 않고 즉시 닫혀야 하는 문도 닫히지 않는 상황이다.
112 신고에 필요한 수화기도 먹통인 곳이 대부분이었다.
안심부스 / 뉴스1
지난 28일 JTBC 뉴스룸 취재에 따르면 부산 해돋이 마을 등산로 입구에 있는 안심부스는 문이 고장 나서 아예 들어갈 수조차 없는 처지다.
같은 마을에 있는 또 다른 곳도 마찬가지였다. 겨우 문이 열려 들어가도 버튼을 누르면 바로 닫혀야 하는 문이 10초가 지나도 닫히지 않았다.
이에 관제센터로 연결되는 비상벨을 누르고 문이 닫히지 않는다고 설명하자 센터는 "업체에 전화해 보라"는 답변만 내놓을 뿐이었다.
부스 안은 거미줄이 가득하고 청소도구를 보관하는 등 안심부스의 역할을 하지 못한지 이미 오래된 모습이다.
안심부스 / 뉴스1
그러나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지자체는 안심부스가 고장 났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용자인 시민들의 대다수는 홍보가 제대로 안된 안심부스의 용도나 사용방법조차 모른다.
한 대당 2천만 원이 넘는 설치 비용을 들여 만들었지만 이용 실적이 한 차례도 없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 세금으로 설치된 만큼 나라에서 지속적인 관리뿐만 아니라 긴급 상황 시 대피시설로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홍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