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뉴스룸'
[인사이트] 강유정 기자 = 디카프리오 주연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에서는 비행기 조종사, 하버드 의대 수석 졸업 의사, 버클리 법대를 졸업한 변호사를 사칭한 희대의 사기꾼 프랭크 윌리엄 애버그네일 주니어의 실화를 다뤘다.
한 명이 여러 직업을 사칭해 완벽하게 사람들을 속이는 것이 가능할까 싶지만 최근 한국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났다.
지난 23일 JTBC '뉴스룸'은 의사, 부동산 전문가, LH투자자문관 등 수시로 직업을 바꾸며 무려 200억 원을 뜯어낸 사기범이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는 소식을 단독 보도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보도에 따르면 사기범 서모 씨는 LH투자자문관을 사칭해 시세 30억 원이 넘는 서울 강남의 한강뷰 아파트에 대해 "LH 몫 물량인데 수수료 2억 원을 7억 원에 살 수 있다"라고 접근했다.
그는 LH 이름의 계약서까지 들고 왔고 돈은 현금이나 수표로 받았다.
"(LH) 퇴직하는 사람들을 저희가 챙겨주는 목적이 컸던 사업, 그러다 보니까 지역본부장들이 주로 많이 했다. 대놓고 하는 것도 아니었고 뒤에서 한 거다. 저희도 감사실이 있을 거 아니냐. 다른 사람이 민원을 넣는다"라며 입을 막기 위해 각서도 쓰게 했다.
또 아파트에 미리 입주시켜 안심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모두 거짓이었다.
JTBC '뉴스룸'
LH 관계자에 따르면 서씨는 LH에 근무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투자유치자문관이라 직책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사기 행각을 위해 아파트를 월세로 빌렸다.
사기 피해자는 JTBC에 "임대차 기간이 끝나니까 다 쫓겨나야 되는 상황이 되지 않나"라고 토로했다.
서씨는 무려 100여 명에게 200억 원을 뜯은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 중에는 부동산 중개업자와 공직자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 9일 서씨를 사기로 재판에 넘겼다.
JTBC '뉴스룸'
서씨는 또 의사 가운을 입고 언론 인터뷰를 하거나 부동산 전문가라며 방송 출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거짓말이 들통날 때마다 직업을 바꿨다.
의사 가운을 입고 청진기를 건 서씨는 일본 게이오대 최연소 교수이자 정신과를 전공했다고 소개됐다.
이 모습으로 언론 인터뷰를 하고 학회, 세미나에 참석했으며 칼럼 기고까지 했으나 2016년 거짓말이 들통났다.
그는 의학전문매체가 자신의 실체를 폭로하자 "반성한다. 기사를 내려달라"라고 사정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그러면서도 얼마 후에는 부동산 전문가를 사칭해 방송에 출연했다.
로펌의 부동산 자문위원이라는 명함도 팠다.
해당 로펌 관계자 역시 LH 관계자와 같이 "처음 듣는 사람이다. 아예 없는 직책이고 없는 사람이다"라며 황당해 했다.
구속돼 있는 서씨의 휴대전화 프로필에는 '뉴욕 유엔 해외 출장 중'이라고도 쓰여 있었으며, 'UN경제사회이사 NGO'라며 활동하는 사진도 올려놨으나 외교부는 그런 직함은 없다고 설명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서씨는 원래 동대문에서 옷을 만드는 일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판결문에는 "동대문에서 의류 제작업자로 일하며 상인들에게 5,000여 만 원의 사기를 쳤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법원은 전과가 없다는 이유로 서씨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9월 LH투자자문관을 사칭해 7,000여만 원을 챙겨 법정에 섰을 때도 법원은 "실현을 받은 적 없다"라며 다시 집행유예로 풀어줬다.
서씨는 변호인을 통해 "LH 자문관이 아닌 지자체 자문관을 사칭한 것은 인정하지만 주범은 따로 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로펌 자문위원은 법인이 만들어 준 것이며 유엔 NGO 이사는 외교부가 아닌 유엔에서 확인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서씨의 사기 행각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집행유예가 사기꾼을 계속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것 안이냐", "너무나 상습적이고 의도적인 사기꾼인데 집행유예라니", "영화 같은 이야기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