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청조 / 뉴스1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전 국가대표 펜싱 선수 남현희의 전연인 전청조가 사기 행위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전청조는 자신을 재벌 3세 혼외자라고 속이고 23명으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28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지난 10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전청조의 사기 행각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유명 사기꾼들 또한 재조명되고 있다. 그 면면은 살펴보면 전청조의 사기는 '새 발의 피'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여기서는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3명의 사기꾼 장영자와 주수도, 조희팔을 다뤄보고자 한다.
장영자
장영자 / 뉴스1
장영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처삼촌 이규광의 처제였다. 중앙정보부 차장을 지낸 남편 이철이와 함께 권력을 배경으로 주로 자금압박에 시달리는 건설업체에 접근했다.
부부는 이들 업체에게 조건이 좋은 자금 조달을 제시하면서 그 담보로 대여액의 2~9배에 달하는 약속 어음을 받았다.
그러나 이들 부부는 약속 어음을 할인해 또 다른 회사에 빌려주거나, 주식에 투자하는 등의 방법으로 어음을 유통시키고 사기행각을 벌였다.
이를 통해 이철희·장영자 부부는 1981년 2월부터 1982년 4월까지 7,111억원에 달하는 어음을 받아냈고, 총 6,404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수사 결과 밝혀졌다.
장영자 / 뉴스1
이 사건은 '건국 이후 최대 규모의 금융사기사건'이라고 불리게 됐다.
은행장, 기업체 간부들을 포함해 30여 명이 구속됐고, 당시 철강업계 2위인 일신제강과 도급 순위 8위였던 공영토건이 부도가 났다.
청와대 배후설이 나도는 가운데 집권 초기부터 정통성과 도덕성을 인정받지 못했던 전두환 정권의 큰 오점으로 남았다.
재판 결과 이철희·장영자 부부에게는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이 선고되었고, 10여 년 복역 이후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주수도
주수도 전 회장 / 뉴스1
2000년대 이르러서는 '단군 이래 최대의 사기꾼'이란 별명을 가진 '제이유 그룹'의 다단계 사기꾼 주수도가 등장한다.
1980년대 강남의 유명 영어 강사였던 주수도는 뛰어난 언변과 인기에 힘입어 영재학원을 차리고 정치에 입문했지만, 학원에서 10억원을 횡령한 후 몇 년간 잠적했다.
그리고 2000년 무렵 다단계 회사 '제이유 그룹'을 설립해 회원들을 모았다. 회원을 10단계로 나눠 상위 회원일수록 더 많은 돈을 가져가는 방식이었다.
당시 제이유 그룹의 회원 수는 약 35만 명으로, 연 매출은 2조원대에 이르렀다. 다단계 기업이지만 마트와 백화점을 비롯해 계열사만 20곳이었고, 가맹점이 3,000여 개에 달했다.
주수도 전 회장 / 뉴스1
그러나 제이유 그룹은 설립 3년 만에 한계에 도달하게 된다. 많은 피해자가 발생했고, 피해 금액만 2조원대에 이른다.
주수도는 2007년 징역 12년이 확정됐고, 2013년에 옥중에서 측근들을 통해 천여 명으로부터 천백억 원을 가로챘다가 2020년 징역 10년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11월 15일 행정안전부는 올해 1월 1일을 기준으로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을 공개했다.
이중 신규와 기존 체납 법인 명단에 주수도 전 회장의 (주)제이유개발, 제이유네트워크(주)가 나란히 4위,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체납액은 각각 주민세 113억원, 109억원이었다.
조희팔
YouTube '그것이 알고싶다'
경상북도 영천 출신인 조희팔은 20대 때 경상도 최대 폭력 조직인 '동성로파' 행동대원들과 어울리면서 다단계에 대해 접하고, 친형이 일하던 다단계 사업체 'SMK(숭민코리아)'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접하기 시작했다.
그는 2004년부터 의료기기를 사면 빌려줘서 고수익을 낸다는 식의 수법으로 돈을 모았다.
처음에는 이자를 주었지만 이는 전형적인 피라미드식 사기 수법, 폰지사기였다. 전국의 모텔이나 찜질방에 설치해 임대수익을 올린다는 내용으로 사람들을 속였으나 이는 거짓이었고, 수익은 거의 나지 않았다.
조희팔은 거짓말이 한계에 이르자 피해자들이 문제를 제기할 시점과 소요 시간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돌려 계산하는 등 치밀하게 도주 계획을 세웠다.
YTN
결국 2008년 10월 회사 전산망을 파괴한 뒤 현금화해 둔 개인 자산을 가지고 도주했고, 11월 수배되었으나 중국으로 밀항해 사라졌다.
피해를 보면 밝혀진 것만 총 4~5조원에 달한다. 피해자들의 모임인 '바른가정경제실천을 위한 시민연대'에서는 피해 규모를 이에 2배 이상으로 잡고 있다.
피해자의 대부분이 서민이었고, 전 재산은 물론 가족과 친척, 지인의 독까지 끌어다 쓴 사람들도 있었다. 개인 파산과 사회불화가 확산됐으며, 10여 명의 투자자가 절망감에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2012년 5월 조희팔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으나, 장례식 영상을 두고 조작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검찰은 2016년 6월 조희팔의 사망이 확실하다고 결론 내리고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