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7월 18일(금)

소년범들 위한 '특별 고사장' 마련해 수능 보게 해주는 서울 남부 교도소

인사이트뉴스1


[인사이트] 강지원 기자 = 서울 남부교도소에서 사상 최초로 소년 수용자들을 위한 수능 시험장이 마련됐다.


지난 13일 서울 남부 교도소에는 수능 사흘을 앞두고 '서울 구로구 제13지구 제6시험장'이 만들어졌다.


교도소 내 소년 수용자 학생들을 위한 특별 수능 시험장이다. 


이날 소년 수용자 10명은 굵직한 창살이 있는 교실에서 진지한 얼굴로 모의고사에 열중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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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공식으로 가득 채워진 공책과 빼곡한 필기를 보면 여느 고등학생과 다름없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들은 최소 징역 2년에서 최대 15년까지 형이 확정된 만 15~17세 소년 수용자들이다. 죄명은 성범죄 영상 촬영부터 특수강도, 살인 등 다양하다.


소년 수용자들은 올해 3월 서울 남부교도소에 만들어진 만델라 소년 학교에서 공부하며 올해 수능을 준비하고 있다. 만델라 소년학교는 연 17세 이하 소년 수용자를 위한 교정시설이다. 


'인생의 가장 큰 영광은 절대 넘어지지 않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넘어질 때마다 일어서는 데 있다'는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의 말을 교훈으로 세워진 시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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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공부하는 소년 수용자들은 평일 오전 8시부터 저녁 9시까지 자율 학습을 하며 대학생 강사들로부터 수능 과목 지도를 받는다.


이들 중 고졸 검정고시를 패스한 10명이 이번 2024학년도 수능을 보게 됐다.


김종한 서울남부교도소 사회복귀과장은 "생각했던것 보다 모두 진지하게 공부한다. 새벽까지 단어를 외울 때도 있다"고 전했다.


김 과장은 사회에서 죄를 지은 이들에게 수능 공부를 시켜준다는 비판에 대해 "피해자에 대한 반성과 사과가 우선이지만 피해자에게 직접 편지를 쓸 수 없고 써서도 안 된다"며 "사회에 나가서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다른 길로 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 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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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수능이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이만큼 사회의 다른 것들도 어렵다는 것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며 "또 아직 어리지 않나. 공부할 기회도 줘야 한다. 피해자에게 반성하고 또 사과할 기회를 줘야 하지 않나"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소년 수용자들은 수용시설 안에서 바리스타나 제과제빵 등의 기술 교육을 받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창살 안에 있는 교실에서 '수능 시험반'을 꾸려 푸른 수용복을 입고 공부하는 모습은 최초다. 


이들은 명확한 장래희망도 가지고 있었다. 요리사부터 수의사, 인테리어 디자이너까지 다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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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에 임하는 소년 수용자들은 생각보다 진지했다. 대부분 성적이 높지는 않지만 이들 중 열심히 공부해 지난 학력평가에서 영어 모의고사 2등급을 맞은 학생도 있었다. 


이들을 가르친 관계자는 "원래 소문자 B랑 D를 구분 못 하는 친구가 많았는데, 이제는 단어를 스스로 외운다. 기초학력이 낮은 학생이 많았는데 점점 좋아지는 걸 느낀다"고 전했다.


올해 수능을 보는 10명의 소년 수용자 중 4명은 내년 출소 예정이다. 이들은 대학에 합격하면 복무 기간을 마친 후에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만델라 소년학교 소속 수능 응시생 10명을 지원하기 위해 수능 시험장을 설치하고 수능 응시 수수료를 전액 지원했다. 또 시험 감독관과 관리 요원 등 인력도 파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