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도형 경기북부경찰청장, 의정부서 이선주 경사(경위 특진), 의정부서 김경수 경사(표창), 안양동안서 서형렬 경감(표창), 안양동안서 김민곡 경장(경사 특진),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 사진=경찰청
[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탈주범' 김길수가 도주 63시간 만에 전격 검거됐다.
그를 검거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경찰관 2명이 1계급 특별진급을 한 가운데 경찰 내부에서는 이제껏 가장 큰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1계급 특진을 한 경찰 2명 중 그 어떤 누구도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탈주범을 검거한 사람이 없다는 게 분노의 이유였다.
현장에서 직접 검거한 이들의 불만이 아닌, 경찰 내부의 공통된 불만인 탓에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김길수 / 뉴스1
지난 10일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김길수 잡아 특진, 현장에서 검거한 형사는 버림받았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은 역대급 관심과 공감을 받으며 블라인드 외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버·카카오 카페 그리고 각종 SNS로 확산했다.
글을 게시한 A씨는 "이건 정말 말이 안 된다. 몇 날 며칠 밤새워가며 추적해서 현장에서 뛰어가며 잡은 현장 형사는 당일 특진 명단에서 제외, 아무 쓸모 없는 표창 하나로 끝났다"라고 폭로했다.
블라인드
이어 "특진을 시켜줄 거면 다 같이 시켜주든지 아니면 다 같이 안 시켜주든지 해야 했다. 왜 현장은 소외되냐"라며 "경찰관 인생에서 한 번 누릴까 말까 한 특별승진이라는 기쁜 날에 저는 특진 임용식 사진에서 그렇게 어두운 표정의 직원들은 처음 봤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 내부에 '범인 검거 특진'이 있는데 일반적인 룰은 '범인에게 수갑을 채운 사람'"이라며 "내부 경찰들도 암묵적으로 이를 인지하는 상황에서 특진이 2장 내려왔다. 밀착 감시해서 공중전화 번호를 알려준 여경과 상황실로 번호를 전파한 경찰이 특진하고 수갑을 채운 형사는 특진을 못 하게 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블라인드
해당 게시글을 두고 경찰들은 "2명 특진이라길래 당연히 '현장에서 검거한 형사'라 생각했다", "목숨 걸고 현장에서 뛰는 형사 특진 안 시키면 누가 목숨을 거냐", "특진 받으려 형사하는 거 아닌 거 맞다. 그럼 특진 받은 사람은 특진 받으려 형사하냐. 자진 포기가 답 아니냐", "남경 여경 가리고 싶지 않은데 대체 왜 이런 상황이 나오냐. 일부러 갈등 조장하려고 그러냐"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여성 누리꾼들도 불편하다는 반응이다. 한 여성은 "중요한 것은 '유리천장 해소'지. 이렇게 어부지리로 여성이 할당제처럼 특진하는 건 기분이 나쁘다. 여성은 능력을 알맞게 인정받고 싶은 거지, 특혜를 받고 싶은 게 아니다"라고 해 공감을 얻었다.
뉴스1
한편 경찰청은 김길수 검거 사건과 관련해 의정부경찰서 이선주 경사와 안양동안경찰서 김민곡 경장을 각각 경위와 경사로 한 계급씩 특별승진해 임용했다.
공조와 검거에 역할을 한 의정부경찰서 김경수 경사와 안양동안경찰서 서형렬 경감은 경찰청장 표창을 받았다.
다만 이들 이외에 현장에서 김길수를 체포한 형사들에 대해선 별도 특진이나 표창장 수여가 제외됐다. 그러자 이 같은 논란이 경찰청 내부에서 일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보 습득 등의 공을 위주로 판단해 특진 대상자를 선정했다는 입장을 전했다. 또 이번에 특진·경찰청창표창장에서 제외된 이들은 지방경찰청장 표창장 수여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