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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낯선 타지에서 국가대표팀 감독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된 박항서 감독 곁에는 언제나 믿고 따라주는 아내가 있었다.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동메달전을 앞두고 있는 베트남 국가대표 박항서 감독은 요즘 현지에서 '국민 아빠'로 불린다.
축구 불모지였던 베트남에게 올해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을 안긴데 이어, 아시안게임에서도 준결승까지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기 때문.
그야말로 '박항서 매직'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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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감독은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한국 축구와 함께했다. K리그 3부 격인 내셔널리그 창원시청에서 활약한 그는 돌연 베트남행을 선택했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결정적 역할을 한 건 아내였다.
아내 최상아 씨는 예순을 앞두고 있는 박 감독에게 '동남아라도 알아보는 게 어떻냐'고 제안했다.
멈춰서기보다 새로운 도전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아내 최씨는 자신이 먼저 동남아 쪽 에이전트를 섭외하는 등 적극적으로 박 감독을 도왔다.
에이전트에서는 박 감독에게 베트남 감독 자리를 제안했다. 그리 달갑지는 않았다.
베트남은 외국인 감독들 사이에서 '무덤'이라 불리는 자리였다. 좋은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는 뜻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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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박 감독은 아내의 감과 자신의 부지런함을 믿었다. 부임 당시 박 감독을 향한 베트남의 시선은 차가웠다. 기대를 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대부분의 외국인 감독들이 베트남 축구에 큰 역할을 하지 못했고, 때문에 박 감독도 비슷할 것이라는 여론이 형성됐다.
그런 분위기를 아내도 모르지 않았다. 때문에 언제나 베트남 경기가 있을 때면 혹시나 지면 어쩌나 전전긍긍했다.
단 한 번의 실수가 감독 경질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풋볼리스트 보도에 따르면 최씨는 축구장에서도 직접 경기를 보지 못하고 기둥 뒤에서 손을 모으며 기도를 했다고 전해진다.
경기 하나가 끝나면 탈진할 정도로 아내는 또 기도하고 기도했다. 그런 간절함이 박 감독의 지금을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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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한국시간으로 내일(1일) 오후 5시부터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아랍에미리트와 아시안 게임 동메달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인다.
우승하면 베트남의 '첫' 동메달이 된다.
간절히 기도하는 아내의 응원과 함께 박 감독이 또 한 번 '박항서 매직'을 부릴 수 있을지 전 세계 축구팬들의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