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8월 15일(금)

'소방관 파이터' 신동국이 사람들에게 욕 먹으면서도 격투기 선수 되기로 결심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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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로드FC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사방으로 막힌 케이지 속에 입을 굳게 다문 파이터 한 명이 들어섰다.


몸에 바짝 붙은 근육들 사이로 반드시 이기겠다는 투지가 선명히 드러났다. 그는 대한민국 소방관 파이터 신동국이었다. 


지난 28일 강원도 원주에서 '샤오미 로드FC 048' 라이트급 경기가 열렸다. 이날 신동국은 일본 하야시 타모츠를 상대로 경기를 펼쳤고, 비고의성 반칙으로 아쉽게 패배했다.


3연승은 좌절됐지만 그의 투혼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그러나 모두가 응원의 목소리를 표한 건 아니었다. 현직 소방관을 겸하며 파이터를 하고 있는 그에게 냉대한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몇몇 누리꾼들은 "불이나 꺼라", "동정심 얻으려고 너무 티 낸다" 등의 악플로 그의 마음에 생채기를 냈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로드FC 


신동국이 파이터가 되기로 결심한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하루에도 수십 명씩 죽어 나가는 현장을 오가며 신동국은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심하게 앓았다.


소방관은 강인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그를 더욱 짓눌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신동국은 진짜 강인한 소방관이 되기로 결심했고 그 길로 종합격투기 수련을 시작했다.


아마추어 대회에 나가며 출전 경험을 쌓은 그는 남다른 운동신경을 바탕으로 프로 무대 데뷔라는 값진 성과를 안았다.


누군가에게는 '투잡' 뛰는 소방관이겠지만 사실 신동국에게 파이터는 나약해지고 싶지 않은 자신과의 또 다른 싸움이기도 했다.


인사이트Youtube 'ROAD FIGHTING CHAMPIONSHIP'


여기에 신동국은 동료 소방관에 대한 의리마저 저버리지 않았다. 그는 첫 번째 대전료를 강원도 석란정 순직소방관 위로금으로 모두 기부했다.


두 번째 대전료는 암으로 투병 중인 소방관 동료에게 전했다. 자신의 월급 중 일부를 떼어 조금 더 보태기도 했다.


대한민국재향소방동우회에 기부할 때도 신동국은 자신이 유명하지 않아 대전료가 너무 적다며 미안하다고 말한 사람이었다.


이번 세번째 경기에서도 신동국은 승리할 경우 대전료를 소방 동료들을 위해 쓸 예정이었다.


패배 후 그가 뱉은 첫 마디는 "죄송하다"였다. 소방을 알릴 좋은 기회였는데 자신 때문에 이를 놓친 것 같아 죄스러운 마음이 먼저 드는 신동국이었다.


경기에 입은 의상도 소방관들의 처우 개선과 복지를 위해 힘쓰고 있는 단체에서 만든 팬츠다.


짧은 시간이지만 자신이 입으면 조금이나마 홍보 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어 선택한 방법이었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로드FC


자신의 정신적 트라우마를 극복하려 처음 파이터의 길에 들어선 그는 이제 소방관의 열악한 상황을 알리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


몇몇 사람들의 손가락질에도 절대 투혼을 멈출 수 없는 이유다.


한편 신동국은 패배의 수모를 딛고 하야시 타모츠와 2차전을 펼친다. 구체적인 일정은 현재 논의 중이며 추후 발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