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8월 15일(금)

'희귀병' 걸려 지팡이 짚으며 우루과이 '8강' 이끌고 은퇴하는 감독

인사이트오스카르 타바레즈 감독 / GettyimagesKorea


[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1947년생으로 올해 나이 71세인 '노구'의 축구 감독이 있다.


그는 59살이던 2006년, 과거의 명성에 젖어 색깔과 실력을 모두 잃어버린 한 남미 축구 대표팀의 감독직을 맡았다.


모두가 "너는 실패할 거야", "그 나라보다는 돈 많이 주는 유럽 클럽 감독을 하는 게 좋을걸?"이라는 말로 그의 선택을 비웃었다.


그 팀은 43살의 혈기왕성했던 그가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도 감독직을 맡았던, 그의 조국 '우루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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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감독직에 부임한 오스카르 타바레즈(Oscar Tabarez)는 남미 중위권으로 분류되던 우루과이를 강팀으로 변모시켰다.


2007 코파 아메리카에서는 4위를 기록하며 부활을 선포했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한국을 16강에서 무찌른 뒤 4강까지 올렸다.


이어 2011년, 타바레즈 감독은 경제난에 신음하는 우루과이 국민에게 기적적인 코파 아메리카 '우승'을 선물했다.


당시 골키퍼였던 '페르난도 무슬레라'는 역대급 활약으로 팀의 우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인사이트루이스 수아레즈 / GettyimagesKorea


인사이트페르난도 무슬레라 / GettyimagesKorea


타바레즈 감독은 우승하기는 했지만, 가정에서는 슬픔이 있었다. 아내가 괴한에게 '산성 용액테러'를 당해 전신화상을 입은 것이다.


그럼에도 아내는 타바레즈 감독에게 감독직을 유지하라고 힘을 실어준 것으로 알려진다.


타바레즈 감독이 이끄는 우루과이는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16강에서 아쉽게 탈락했으며, 2015 코파 아메리카와 2016 100주년 대회에서는 아쉽게도 각각 8강, 조별리그 탈락을 기록했다.


그러나 그는 실망하지 않고 절치부심했다. 각고의 전술 고민과 노력 끝에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노구'의 몸을 이끌고 우루과이를 8강에 올렸다.


2011년 조국에게 코파 아메리카 우승을 선물했던 골키퍼 무슬레라가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르지만 않았다면, 4강에 진출할 가능성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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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상을 노렸지만, 아쉽게도 '우승 후보' 프랑스에 0대2로 지며 탈락을 받아들여야 했다.


많은 우루과이 축구팬들이 "다음 월드컵에서 우승을 선물해달라"고 입을 모으고 있을 정도로 인기가 대단한 타바레즈 감독. 하지만, 그는 더이상 감독직을 수행할 수 없다.


다른 팀으로 떠나는 게 아니다. 그가 '희귀병'을 앓고 있어서다.


2년 전 타바레즈 감독은 이름도 생소한 희귀병 '길랭-바레 증후군'에 걸려버렸다. 이 병은 신경계에 문제가 생기면서 근육이 망가져 움직이지 못하고 호흡이 힘들어지는 희귀병이다.


10만명당 한두명에게서 나타나는 병에 걸려버린 그에게, 이번 월드컵은 마지막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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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마지막 월드컵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한 무슬레라. 그러나 타바레즈 감독은 조금도 그를 원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언론 인터뷰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만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다"라면서 "그는 지금까지 우리의 성과에서 '기둥'이었다"며 무슬레라에게 지금까지의 성과에 대한 공을 돌렸다.


그가 팀을 어떻게 이끌어왔고, 선수들과 어떤 유대감을 쌓아왔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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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바레즈 감독은 일전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축구는 짧은 담요다. 머리를 가리면 발가락이 보이고, 발가락을 덮으면 머리가 보인다"


수비를 강화하면 필연적으로 공격이 약해지고, 공격을 강화하면 수비가 약해진다는 말이다. 약점 없는 축구는 없고, 그러한 것들을 극복하기 위해서 '전술'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아르헨티나, 브라질이라는 강팀의 틈바구니에서도 '전술'을 통해 오롯이 빛났던 타바레즈 감독의 우루과이. 그의 팀은 모든 축구팬에게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