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김승우의 승승장구'
[인사이트] 황기현 기자 = 실력은 물론 인성까지 국가대표급이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시원한 해설로 국민의 사랑을 받은 안정환의 학창 시절 이야기가 재조명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십수 년 전, 중학생이었던 안정환은 고등학교 진학을 두고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당시에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은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그렇지 못한 학생들은 실업계 고등학교를 선택했다.
당연히 모두가 인문계로 가고 싶어 했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안정환이 속한 남서울 중학교 축구부에서는 주장과 부주장만이 인문계 진학에 성공했다고.
KBS2 '김승우의 승승장구'
물론 실력이 뛰어났던 안정환을 데려가겠다는 학교는 많았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은 고등학교 진학조차 힘든 상황이었다.
고민을 거듭하던 안정환은 결국 14명의 동기를 함께 받아주는 조건으로 서울공업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자신이 가장 빠르게 성공할 수 있는 길보다는 친구들과 함께 걸을 수 있는 길을 선택했던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대학 진학을 앞두고 다시 벌어졌다. 이미 실력이 뛰어나다는 소문이 퍼진 안정환을 두고 대학들 사이에서 스카우트 전쟁이 일어났다.
KBS2 '김승우의 승승장구'
하지만 안정환은 이번에도 연세대나 고려대 등 국가대표를 다수 배출한 명문 대학 대신 아주대학교에 진학했다.
아주대학교에서 갈 곳이 없던 동료들을 함께 받아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안정환이 입학하자 아주대학교는 전혀 다른 팀으로 탈바꿈했다. 대학 리그 최정상을 노리는 팀으로 거듭난 것이다.
특히 1997년 대학축구연맹전은 여전히 '전설'로 남아 있다. 당시 아주대는 결승에서 디펜딩 챔피언 홍익대를 만났다.
KBS2 '김승우의 승승장구'
안정환은 같은 시기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열린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참가해 준우승 뒤 귀국하던 길이었다.
비행기에서 내린 그가 경기장에 도착했을 때 아주대는 1-2로 뒤지고 있었다. 안정환은 여독을 채 풀 새도 없이 후반전에 교체 출전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는 홀로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5-2 대역전승을 이끌었다.
결코 넉넉지 못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성공보다 주변 사람의 어려움을 먼저 생각했던 안정환. 먼 길을 돌아온 그의 성공이 더욱 빛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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