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Tube 'lilywhite1982'
[인사이트] 심연주 기자 = 선수들의 경기를 보고 폭언을 퍼붓던 관중은 경기에 뛰어들어 골까지 터트렸다.
지난 1994년, 영국 프리미어리그인 웨스트햄 유나이티드는 3부 리그 클럽인 옥스퍼드 유나이티드와 친선경기를 했다.
당시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수석코치 해리 래드냅은 점점 심기가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상대 팀의 거친 플레이에 선수들이 부상 입은 것도 신경 쓰였지만,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코치진과 선수들에게 욕을 퍼붓는 극성 축구팬이었다.
그의 이름은 스티브 데이비스(Steve Davies).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의 오랜 팬으로 그날따라 경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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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이 그러고도 프리미어 리그 선수들이냐?"
"쓸모없는 녀석들. 그것밖에 못 해?"
"내가 뛰어도 그것보다는 더 잘 뛰겠다!"
스티브의 계속되는 막말에 래드냅이 막 폭발하기 직전, 다행히 전반전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주전 선수였던 리 채프먼을 비롯한 선수들 상당수가 부상을 입어 후반전에 출전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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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던 래드냅의 머릿속에 섬광처럼 스쳐 지나가는 아이디어가 하나 있었다. 곧장 관중석으로 향해 폭언을 퍼붓던 스티브를 찾아낸 래드냅은 그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아까 네가 했던 말을 증명해보도록 해. 나와 함께 라커룸으로 가서 후반전을 준비하도록 하지"
흔쾌히 승낙한 스티브는 후반전이 시작되자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의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스티브는 막상 경기에 출전해 직접 뛰어보니 자신의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쳐가던 그때, 골대 앞에 서 있던 스티브의 발 앞으로 공이 굴러들어왔다. 그리고 곧 사람들의 환호성이 들렸다. 스티브가 정말로 골을 넣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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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햄 유나이티드는 스티브의 골에 힘입어 이날 경기에서 옥스퍼드 유나이티드를 이길 수 있었다.
훗날 스티브는 "막상 뛰어보니 선수들이 얼마나 힘든지 알았다"며 "골을 넣었던 그 순간의 짜릿함은 평생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레드냅 역시 한 토크쇼에 출연해 "다른 코치가 새로운 선수를 영입했냐고 물어봤었다"며 "티티셰프라는 이름을 지어 거짓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두 사람의 사연은 월드컵 시즌인 요즘 '답답하면 니들이 뛰던가'의 실사판으로 불리며 다시금 재조명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