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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은 비록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가장 우승 후보 독일을 물리치며 이번 월드컵 최대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너무나도 행복한 기분이지만, 한국에게 이 기분이 낯설지는 않다. 월드컵에서 강팀을 만나 승리를 거둔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은 4강까지 오르는 동안 수많은 강팀을 상대해왔고, 그때마다 승리를 일궈냈다.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이 독일에까지 승리를 거두자 일각에서는 한국을 두고 '자이언트 킬러'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에 '자이언트 킬러' 한국이 역대 월드컵 경기에서 강호들을 상대로 이긴 4개의 경기를 소개한다.
1. '전차군단' 독일(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독일도 디펜딩 챔피언은 탈락한다는 징크스를 피해갈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독일을 침몰시킨 나라는 한국이었다. 이는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줬다.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중 최약체로 평가되던 한국이었다. 그러나 세계랭킹 57위 한국은 1위 독일을 2대0으로 완파했다.
한국은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월드컵에서 독일을 이기며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를 조기 귀가시킨 팀이 됐다.
2. '다섯방패군단' 포르투갈(2002년 한·일 월드컵 D조 조별리그)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과 포르투갈은 D조 조별리그에서 만났다.
당시 세계 최고의 윙어 루이스 피구가 자리 잡고 있던 포르투갈을 상대로 한국이 승리를 거둘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때까지 한국은 월드컵에 출전해 겨우 1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적이 벌어졌다. 이날 루이스 피구는 송종국의 철벽 수비에 막혀 제대로 활약을 못 보여줬고, 결국은 포르투갈 동료들이 그에게 패스하지 않는 해프닝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후반 25분, 한국 축구의 운명을 바꾼 박지성의 골이 터졌다. 가슴 트레핑 후 오른발 첫 터치로 수비수 한 명을 따돌린 박지성은 왼발 슛으로 포르투갈 골망을 흔들었다.
이로써 한국은 일본과 함께 아시아에서 최초로 16강에 올랐다.
3. '아주리군단' 이탈리아(2002년 한·일 월드컵 16강전)
역사상 최초로 16강전에 진출한 우리나라는 빗장 수비 '카테나치오'로 유명한 '아주리군단' 이탈리아와 맞붙었다.
한국은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북한이 이탈리아를 꺾었던 것을 회상하며 승리를 바랐다.
그러나 경기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전반 4분 안정환에게 페널티킥 기회가 주어졌으나 골키퍼 손에 걸린 것이다.
전반 18분에는 이탈리아의 공격수 크리스티안 비에리에게 선제골까지 내줬다.
시간이 지나면서 패색이 짙어가던 후반전, 경기 종료까지 얼마 남지 않은 후반 43분에 설기현이 극적으로 동점 골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어진 연장 후반, 이영표의 크로스를 받은 안정환은 헤더 슛으로 이탈리아 골망을 흔들며 골든골의 주인공이 됐다.
4. '무적함대' 스페인(2002년 한·일 월드컵 8강전)
극적으로 이탈리아를 이기고 올라간 한국은 8강전에서 '무적함대' 스페인을 만났다.
당시 스페인은 이케르 카시야스를 비롯해 카를레스 푸욜, 페르난도 이에로, 페르난도 모리엔테스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수들이 포진해 있었다.
그러나 한국은 전혀 밀리지 않고 스페인과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전후반 90분에 연장전까지 0대0 동점을 기록한 두 팀은 결국 승부차기에 들어갔고, 이운재 골키퍼는 네 번째 키커로 나선 호아킨 산체스의 슈팅을 막아냈다.
2002 한일 월드컵 '한국vs스페인' / SBS
이어 한국의 다섯 번째 키커로 나온 홍명보가 득점에 성공하면서 한국은 4강에 진출하게 됐다. 마지막 골을 넣은 홍명보는 이날 그 어느 때보다 밝은 미소를 보이며 팬들에게 짠한 감동을 선사했다.
그리고 '자이언트 킬러'에게 참교육을 당한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독일은 2006 독일 월드컵부터 유로 2016까지 6개 대회를 나눠서 우승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에 패한 그리스가 유로 2004를 우승했다는 점을 포함하면 7개 대회 연속 우승이다.
월드컵과 유로를 우승하는 팀들이 한국에게 패한 경험이 있다는 것은 누가봐도 놀라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