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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영원한 캡틴' 박지성이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그라운드를 누비는 대신 마이크를 잡았다.
처음 해보는 해설이지만 경험에서 나오는 분석과 조언 등으로 90분을 탄탄히 채우고 있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해설가로서의 역량도 톡톡히 증명해낸 박지성은 사실 2015년 은퇴한 이후 '축구 행정가'의 길을 걷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다.
젊은 시절엔 현역 선수로서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펼쳤다면, 이제는 또 다른 영역에서 축구 인생을 십분 발휘하고자 하는 박지성이다.
그런 박지성에게 많은 축구 팬들이 감독으로서의 행보를 바라고 있지만, 박지성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왜 지도자의 길을 걷지 않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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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보도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박지성은 그 답변을 내놨다.
그는 지도자 자격증이 하나도 없다고 밝혔다. 축구를 하면서 좋은 감독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
특히 스승으로 모셨던 거시 히딩크 감독과 알렉스 퍼거슨 감독을 보며 오히려 지도자로서의 삶을 접었다고 한다.
박지성은 "감독은 선수들의 심리 상태를 잘 파악하고 당근과 채찍을 잘 활용해 선수들을 컨트롤해야 하는데, 개인 성격상 채찍을 잘 못 들 것 같다"고 말했다.
만약 지도를 한다면 감독이 아닌 '수석 코치' 정도일 거라는 게 박지성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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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박지성은 엄한 선배는 아니었다. 체육계에 팽배한 군대식 얼차려에 회의감을 많이 느낀 박지성은 그런 고통을 후배들이 겪지 않길 바랐다.
박지성은 한 번도 후배들을 때리거나 얼차려 준 적이 없다. 대신 단호히 조언하고 따뜻하게 격려하는 방식을 택했다.
선배의 권위는 각고의 노력으로 쌓은 '실력'으로 세웠다. 엄한 선배는 아니었지만 후배들이 '존경'할 선배임에는 확실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후배들의 잘못된 부분을 정확히 짚어내면서도, 연습하는 선수들에게 다가가 "잘해라. 힘내라"라고 어깨를 두드린다.
박지성은 스스로 '채찍'을 못 들 것이라 말하지만, 오히려 그가 보여준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리더십이 축구팬들에겐 더욱 '감독'으로서의 행보를 기대케 한다.
멕시코 전 패배 후 후배들 걱정돼 '눈물' 글썽인 박지성 / SBS
한편 박지성은 국제축구연맹(FIFA) 행정가 과정을 마친 뒤 현재 대한축구협회 유스전략본부장으로 제2의 축구인생을 시작했다.
또 재단을 설립해 유소년 축구 발전에 힘을 보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