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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황기현 기자 = 지금으로부터 4년 1일 전인 지난 2014년 6월 23일.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 경기장에서는 앳된 얼굴의 한국 선수가 상대편 골키퍼 가랑이 사이를 노린 슈팅으로 골문을 갈랐다.
후방에서 길게 넘어온 기성용의 패스를 받아낸 손흥민이 알제리 수비수 3명을 제압하고 월드컵 첫 득점을 기록하는 순간이었다.
당시 손흥민의 나이는 22살에 불과했다. 대표팀 막내로 생애 첫 월드컵에 나서 득점까지 기록했으니 누구보다 기뻤을 것이다.
알제리전 득점 당시 손흥민 / 뉴스1
그러나 이날 손흥민은 웃지 못했다. 한국이 전반에만 3골을 내주며 크게 뒤처져 있었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급히 하프라인으로 돌아가며 한국 팬들을 향해 손을 드는 것으로 세레모니를 대신했다.
그리고 4년여가 지난 24일, 러시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는 한국과 멕시코의 경기가 열렸다.
한국이 0-2로 끌려가던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의 발끝을 떠난 공이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멕시코 골망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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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골키퍼 오초아도 막을 수 없는 벼락같은 왼발 슈팅이었다.
그러나 손흥민은 이번에도 세레모니를 하지 못했다. 기쁨을 표현하기엔 한국에게 남은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손흥민은 재빨리 달려가 동료와 함께 공을 주운 뒤 하프라인으로 돌아왔다. 주먹을 한 번 쥔 것이 세레모니의 전부였다.
한국 축구 역사상 월드컵에서 두 대회 연속 득점을 기록한 것은 유상철과 안정환, 박지성, 손흥민까지 4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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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다양한 세레모니로 득점의 기쁨을 만끽한 선배들과는 다르게 손흥민은 상황을 즐기지 못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그는 "제가 골을 넣은 것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이 없다"라며 "제 골이 중요하다기보단 팀원들에게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지) 그런 부분이 신경 쓰인다"고 담담하게 전했다.
이제 한국에게는 독일과의 단두대 매치만이 남아 있다. 손흥민의 득점이 절실하게 필요한 경기다.
이번에는 손흥민이 화려한 세레모니를 펼칠 수 있을까. 오는 27일 밤 11시, 그 결과가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