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8월 15일(금)

혼자 유럽 날아가 빅리그 입성했던 박주호의 부상이 더욱 슬픈 이유

인사이트gettyimagesKorea


[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한국 나이로 올해 32살인 박주호. 어제(18일)는 평생을 축구에 바쳐온 그의 월드컵 데뷔 경기였다.


2014 브라질 월드컵 한국 축구대표팀 명단에도 포함됐던 박주호지만, 당시 홍명보 감독의 선택을 받지는 못했다.


4년을 절치부심한 박주호는 당당히 2018 러시아 월드컵 명단에 포함됐고, 스웨덴과의 첫경기에서 왼쪽 라인을 책임지라는 임무를 받고 데뷔 경기에 나섰다.


전반 25분까지 왼쪽 라인을 누비며 크로스도 올리던 박주호는 수비수 장현수의 의미 모를 패스를 받다가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다.


인사이트gettyimagesKorea


쓰러지자마자 벤치에 '교체 사인'을 보냈고, 그는 그렇게 평생을 꿈꿔온 월드컵을 마감했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사람들은 "너무 안타깝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그런 가운데, 그의 축구 인생을 아는 팬들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박주호라서 더욱 아쉽다"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박주호는 국대 주장 기성용 그리고 구자철, 손흥민, 이승우처럼 흔히 일컬어지는 '엘리트 코스'를 밟은 선수가 아니다. 박주호는 2008년 대학 졸업 후 일본 J2리그(2부리그)로 홀로 날아가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약 4년간 일본에서 활약한 그는, 2011년 스위스 최고 명문 FC바젤로 이적하며 유럽 리그에 발을 들였다.


인사이트gettyimagesKorea


하지만 한국 축구팬들은 그에게 관심을 보내지 않았다. 왼쪽 풀백이 인기가 없기도 했지만, 국가대표 경기에서 볼 수 없는 선수는 관심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2013년 독일의 '마인츠05'로 이적하며 '빅리그' 입성에 성공했다. 리그에서 손꼽는 풀백으로 평가받은 박주호는 그 어떤 스폰서의 도움 없이 독일 최고 명문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로 이적한다.


그러나 박주호는 불의의 부상에 더해 감독과 스타일도 맞지 않아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여러 이적설이 떠돌았지만, 박주호는 "경쟁에서 승리해보고 싶다"며 이적하지 않았다.


인사이트


인사이트gettyimagesKorea


알려진 바로는 '부상' 때문에 다른 팀으로의 이적도 어려웠다고 한다. 심지어 2017년 도르트문트에 새로 부임한 감독은 "박주호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말까지 하며 팀 내 입지가 완전히 바닥으로 떨어지기까지 했다.


팬들 사이에서 "이제 은퇴하고, 하고 싶던 지도자 준비를 하는 게 낫겠다"는 조롱섞인 반응까지 나오면서 그의 은퇴는 기정사실화됐다.


그러나 박주호에게는 '꿈'이 있었다. 축구 선수에게 최고의 영예인 국가대표로 월드컵 경기에 출저하는 것은 박주호 인생 최고의 꿈이었다.


인사이트센터에 서서 사진 찍는 박주호 / gettyimagesKorea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하고 싶었던 그는 2017년 12월 도르트문트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K리그 울산현대호랑이로 이적했다.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면서 컨디션을 끌어올린 박주호는 3월 대표팀에 합류했다.


극적으로 월드컵 대표팀에도 승선한 그는, 2018년 6월 18일 오후 9시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의 잔디를 밟으며 평생 꿈꿔온 월드컵 경기에 나섰다.


인사이트gettyimagesKorea


한국의 승리를 위해 분주히 뛰어다니던 박주호는, 전반전의 절반이 조금 넘은 25분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32년을 준비한 월드컵을 마무리했다.


비록 이번 월드컵은 이렇게 마무리됐지만, 철저한 자기관리로 유명한 박주호가 체력을 유지해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뛰기를 기대해본다.


인사이트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