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8월 07일(목)

빙상연맹, 또 ISU 규정 몰라 세계대회서 '망신' 당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Korea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빙상연맹이 졸속 행정으로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8일 엠스플뉴스는 2018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주니어 쇼트트랙선수권대회에서 빙상연맹이 제대로 규정을 확인하지 못해 여자 3000m 계주 출전이 무산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5일 폴란드에서 막을 내린 ISU 세계주니어 쇼트트랙 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은 남녀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남자부에선 홍경환(19)이 1000m·1500m 1위, 500m 2위, 1500m 슈퍼파이널 3위를 차지하며 전체 1위에 올랐다.


여자부 김지유(19)는 1000m·1500m에서 1위, 1500m 슈퍼파이널에서 2위에 오르며 홍경환과 마찬가지로 종합 우승을 거머쥐었다.


'쇼트트랙 강국'으로서 여전히 한국이 세계 최강임을 여실히 드러낸 순간이었다.


인사이트삿포로 동계아시안 당시 김지유 / 연합뉴스 


하지만 승승장구하는 선수들과 달리 빙상연맹은 이번 대회에서 그야말로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한국 여자 대표팀이 조 1위로 준결승에 진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실격 처리된 것이다.


대체 어찌 된 일일까. 엠스플뉴스는 이 모든 것이 빙상연맹에서 ISU 규정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한 채 대표팀을 꾸린 결과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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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해 12월 빙상연맹은 이번 대회에 출전할 국가대표 선발대회를 가졌다. 선발 인원은 남녀 각각 4명씩이었다.


남자와 여자 계주 모두 4명의 선수를 필요로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빙상연맹은 '부상자 발생'을 대비해 대표팀을 기존 4명에서 1명씩 더 늘려 5명까지 뽑았다.


부상자가 발생했을 때 예비선수를 계주에 투입하면 된다는 게 빙상연맹의 생각이었다.


실제로 대회에서 부상 선수가 발생했다. 대표팀 간판 한수림은 여자 500m 준준결승을 치르던 도중 엉켜 넘어지며 발목 골절상을 당했다.


부상으로 계주에 출전하지 못하게 된 한수림. 빙상연맹의 계획대로라면 한수림 대신 '부상자 발생'을 대비해 뽑은 예비선수 박지윤을 경기에 내보내면 된다.


인사이트대한빙상경기연맹


그러나 이는 빙상연맹만의 착각이었다. ISU 규정에 따르면 주니어 세계선수권 대회 등록 가능 인원은 4명이다.


예비선수 박지윤은 대회에 출전할 자격이 없는 것이다. 빙상연맹은 출전도 못 시키는 선수 1명을 더 뽑아 폴란드에 데려간 셈이 됐다.


결국 선수 4명 중 한수림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3명밖에 남지 않자, ISU는 선수 부족으로 한국 여자 대표팀을 실격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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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뉴스는 필요도 없는 선수 1명을 더 뽑게 된 구체적 내막에 대해서도 공개했다.


국내에서 선발전을 치렀을 당시 빙상연맹은 갑자기 선발인원을 변경했다.


이때 빙상계에선 "아무 설명도 없이 대표팀 인원을 1명 늘렸다. 처음부터 5위까지 뽑겠다고 했다면 4위권 밖이던 선수들이 5위를 하려 열심히 뛰었을 것이다. 특정 라인이 또 한 번 빙상계를 농락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경기위원회에서도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선발인원이 4명이니 5명까지 억지로 늘릴 필요가 없다며 반대 의사를 표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그러자 빙상연맹은 '시대적 흐름'에 따르는 것이라며 5명을 고집했다. 진짜 시대적 흐름에 따른 것이었을까.


대표팀 인원수 변경에 참여했다는 모 인사는 엠스플뉴스에 "연맹 회장님께서 쇼트트랙 관전하다 넘어지는 선수를 봤다. 그걸 본 뒤 '국제대회에서 부상자 발생하면 예비선수가 필요하지 않느냐'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말씀 뒤 대표팀 인원 변경 작업에 착수했다"고 털어놨다. 빙상연맹 행정이 절차에 따라 운영되는 게 맞는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