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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진민경 기자 =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새 역사를 쓴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
그들이 마침내 은메달을 목에 거는 순간, 비인기 종목의 설움이 무색하게 전 세계 언론이 주목했다.
국내 언론은 물론 외신도 그들을 '갈릭걸스'라 지칭하며 대서특필했다.
그런데 스포트라이트 밖에서 그저 대견한 눈빛으로 감격을 대신했던 사람이 있다. 바로 컬링팀 '숨은 영웅' 피터 갤런트 코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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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현지 시간) 캐나다 현지 언론 몬트리올 가제트는 고국으로 돌아온 피터 갤런트 코치와의 인터뷰에서 평창 동계올림픽과 '팀 킴'에 관해 물었다.
갤런트 코치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끝으로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과 3년 계약이 만료돼 캐나다로 돌아갔다.
인터뷰를 통해 갤런트 코치는 '팀 킴'과 이별한 상황을 아쉬워했다.
그는 "마지막에 선수들은 거의 나의 딸들과 같았다"며 "그들은 매우 열심히 배우려고 했다. 하루 4시간, 일주일에 5일을 얼음 위에서 보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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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런트 코치는 파행 운영으로 대한체육회의 관리단체가 된 대한컬링경기연맹에 대한 우려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한국의 컬링연맹은 컬링을 모르는 사람들이 이끌었다"며 "운영진 중 상당수가 컬링을 전혀 모르는 군인 출신이라 걱정스러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컬링을 발전시켜나갈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며 "하지만 잘못된 사람들이 그 자리에 있다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갤런트 코치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훈련에 집중해야 하는 선수들을 위해 연맹에 직접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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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남자 컬링 대표팀 밥 어셀 코치와 함께 "컬링 남녀 국가대표팀 외국인 코치로서 대표팀이 최선의 환경에서 2018 올림픽 메달 가능성을 최대한 끌어올리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연맹과 행정가들은 팀이 최고의 환경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것을 제공해야 한다"고 간곡하게 요청했다.
실제 컬링팀은 지난해 12월 서울 태릉선수촌에 입촌했지만, 왕복 3시간이나 걸리는 경기도 이천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 컬링장에서 훈련해야 했다.
그마저도 이천훈련원의 경우 표면 온도 조절이 어려운 두꺼운 얼음으로 되어있어 빙질 상태가 선수들이 훈련하기에 부적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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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인기 종목이라는 이유로 외면당하고, 연맹의 적절한 지원이 없었는데도 한국 여자 컬링팀은 끝내 은메달을 획득했다.
힘든 순간 선수들에게 '아버지' 같은 존재였던 갤런트 코치는 선수들과 헤어진 것에 대해 "이렇게 말하기는 싫다. 하지만 끝나서 기쁘기도 하다"며 "3년은 길었고 상당히 오래 그곳에 있었다"고 말했다.
갤런트 코치는 또 "그들이 자신의 경기를 펼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신났다"며 시원섭섭한 감정을 표했다.
한편 몬트리올 가제트는 갤런트 코치가 현재 차기 올림픽을 준비하는 다른 국가들과의 계약을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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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민경 기자 minkyeo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