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8월 07일(목)

평창서 은메달 땄는데도 '예산 부족'으로 해체 위기인 봅슬레이 대표팀

인사이트봅슬레이 국가대표팀 이용 감독 / 연합뉴스


[인사이트] 이별님 기자 = "저희 계속 운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7일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아시아 최초로 은메달을 거머쥔 한국 봅슬레이 국가대표팀은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은메달이란 값진 성과를 냈지만, 이날 기자회견은 축제의 장이 아닌 대표팀이 처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자리가 됐다.


대표팀은 한국 봅슬레이의 근간인 상비군이 예산 부족으로 운영이 중단된 사실을 전하면서 어려움을 토로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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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유망주들로 구성된 상비군은 국가대표 선수들의 훈련 파트너로 코스나 장비를 미리 점검하고 대표팀의 훈련을 보조한다.


2016년부터 정부 예산을 받아 선수 15명과 지도자 4명으로 상비군이 운영됐지만, 대한체육회는 이번에 예산 부족으로 상비군을 운영할 수 없다고 대표팀에 통보했다.


실업팀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한국 봅슬레이의 현실에서 상비군 제도가 없다면, 어린 유망주들이 운동할 기회는 없다. 


또한 당장 상비군이 사라지면 국가대표 훈련에도 큰 차질을 빚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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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으로 봅슬레이 대표팀은 올림픽을 마친 뒤 당장 훈련할 곳이 없는 상황이다.


올림픽을 위해 지어진 슬라이딩 센터를 더이상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슬라이딩 센터는 올림픽 이후 예산이 책정되지 않은 상태다. 관리 주체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코스도 유지될 수 없다. 


이용 감독은 "상비군 선수들과 한마음 한뜻으로 훈련하고 지금까지 왔는데 예산 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을 해산시켰다"며 "우리 선수들이 고생한 만큼 정부에서 예산 부분에서 좀 더 디테일한 계획을 세웠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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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상비군 선수들을 활용하지 못한다면 봅슬레이의 미래는 불투명하다"며 ''4년의 올림픽을 기다려야 하는데, 기다림 속에 해결 방안은 없고 고통을 받을 게 분명하다"고 호소했다.


봅슬레이 은메달리스트 전정린 역시 "메달은 우리가 만든 게 아니라 팀이 만든 것이다"라며 "3월에 훈련 들어가면 몇몇 상비군 선수는 못 볼 것 같은데, 그 선수들을 볼 면목도 없다. 같이 운동을 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한편 대표팀은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 봅슬레이 남자 4인승 경기에서 1∼4차 레이스 합계 3분 16초 38로 전체 29개 출전팀 중 최종 2위를 차지했다.


대표팀은 니코 발터가 파일럿으로 나선 독일팀과 나란히 똑같은 기록을 세우며 평창 동계올림픽 공동 은메달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이별님 기자  byul@insight.co.kr